메모리 북
하워드 엥겔 지음, 박현주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복잡하게 깨져버린 유리조각처럼 헝클어진 사건의 퍼즐이 어지럽게

펼져친 채 우리의 주인공 베니 쿠퍼맨은 악몽같던 꿈에서  깨어난다.

도대체 자신이 있는 곳은 어디인지, 왜 이 곳에 있게 되었는지, 그래도

그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은 다행인 모습이다.

처음 보는 낯선 환경속, 곧 그 곳이 병실 침대위라는 것을 알게 된 쿠퍼맨,

분명 자신이 맡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이렇게 꼼짝하지 못한채 누워있다니...당장은 알 수 없는 미궁속에 빠지는

기분처럼 묘한 의문들이 하나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베니 쿠퍼맨이 하는 일은 추리소설에

늘 사건해결사로 등장하는 사립탐정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토론토 어느 거리 쓰레기장 옆에 버려진 채 예기치 않은 사고에

휘말렸고, 정말 죽음을 오고갈만한 위기의 순간이기도 했다.

머리에 일격을 당하면서 상처를 입고 뇌에 손상까지 입은 쿠퍼맨은

특이한 병세가 찾아오게 된다.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읽을 수 없는 특이한 증세, 실독증에 처하고 만 것이다.

물론 난 앞서 추천글을 통해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작가의 실체 경험담을 

먼저 접할 수 있었고 베니라는 주인공이 이 책의 작가 하워드 엥겔의

소설 속 또 다른 자아의 얼굴로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지나가면서 베니가 병원 재활치료를 하면서 어떻게

혼란에서 빠져나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하나씩

찾아가며 그 눈과 귀를 통해 엥겔처럼 주위 사람들의 감정과 특질,

삶의 다양한 면면을 속속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지 감정의 묘사들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된다. 

떠올릴 수 없는 사건의 중심이 안개속에 사라질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퍼즐의 조각을 자신의 메모리북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쿠퍼맨이 어떻게 자신이 부상을 입고 이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었는지,

그 의문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여러 다양한 기억의 연결,

사립탐정으로서의 무시할 수 없는 남다른 추리감, 또 그를 옆에서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의 배려로 잃어버린 기억력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미스테리를 풀어나가줄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별다르게 없던 나날의 연속의 행진도 어느 덧  실마리가 하나씩 잡혀갔고

자신이 쓰러져있던 그 쓰레기장에 얽힌 사건의 범인을 본격적으로 쫓아가

찾아내려는 발판이 마련된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속에 극적으로 새로운

등장이 두둥하고 나타나줄지, 분명 감추고 있는 비밀의 실체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느낌은 또 지울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어떤 생각을 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고 평점심을 찾기 힘든

어려운 고비도 찾아온 쿠퍼맨, 그래도 걱정미 밀려오는 순간

꿈과 기억속에서 예사롭지 않게 암시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자신의 경험과

추측으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하나씩 차근차근 잘 풀어나간다.

당장 누가 의뢰인이었는지 기억할 수 없던 사건속에서 자기 자신이 의뢰인이

된 듯한 참을 수 없는 흥분감에도 사로잡히니 더욱 흥미진진하게

그의 기억을 쫓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병원 속에 물끄러미 도착한 장비 꽃다발을 통해 자신의 그동안 끄집어내려고

애썼던 의뢰인의 정체의 실마리를 떠올렸고 그 이름은 바로 로즈였다.

분명 그 누구의 딸이었고, 분명 자신과는 연관이 있을텐데, 그랜섬에서

활동하는 자신에게 어찌 멀리 떨어진 토론토에 사는 로즈라는 인물이 자신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그래도 분명한 건 자신이 풀어갈 사건의

중요한 열쇠 중 하나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알 수 있을거 같았다.

 

이 후로 사건장소 뿐만 아니라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주변 인물들과

만나고 그 실마리의 퍼즐들이 멋지게 꼭꼭 맞아떨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사건의 중심은 바로 심코대학으로 옮겨진다. 쉽게 파악할 수 없던 사건

중심인물들을 알아내면서 어느 정도 이 사건의 형체와 무게를 갖추어내면서

막바지로 접어든 결정적인 암흑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밝혀낼지

후반부의 발걸음이 더 힘차게 나아간다. 자신들을 나타내게 해주는

흔적의 실수를 남기고 말았으니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결정적인 사건의 증거와 흔적, 뻔뻔하고 오만한 음모의 실체도

곧 드러나게 된다.

오랜 시간 노력의 결실이 시원하게 묵은 의문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순간,

이 범죄의 발단과 더불어 인간의 이기적인 발상과 사악한 탐욕의 실체를

듣게되었다. 사회는 옳고 자신이 그름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라는

동정과 함께...

 

돈의 노예로 전락하고 시대의 희생자라고 외치는 이에게 돌아오는 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자신의 구속에 속박되어지는 것 이라는 메세지...

결국 한 순간 무너지는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진 표정에는 씁쓸한 후회조차

남아있지 않는거 같다.

 

참으로 열심히 따라온 시간을 이렇게 금세 또 덮으려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기억의 머릿속을 열심히 함께 파헤쳐나가면서 쿠퍼맨과 어느 새 한 순간이

된 기분이다. 흥미로운 소설의 소재만큼이나 작가가 탄생해낸 주인공

쿠퍼맨은 놀라운 뇌의식의 영역과 언어능력의 새로운 발상을 깨워주었다.

그래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이겨낸 모습이 고스란히 쿠퍼맨에게

잘 흡수되어있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추리적 요소와 신경학적 분야의 새로운 능력의 절묘한 조화가 신선한

미스테리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고 있으니 이 세상에 영원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없다고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이제 또 다시 새롭게 다가올 절대 해독불가능의 추리를 온몸으로 용감하게

받아들이며 싸워가는 탐정 쿠퍼맨의 이야기를 기대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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