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674층의 높이는 참 까마득히 멀어보이는 세상 저편인거 같다. 그 복잡한 미로같은 곳에 5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상의 도시국가의 모습을 갖춘채 살고 있다. ...하지만 언뜻 상상이 가지않는 이 세계가 낯설어 보이지는 않는다. 왠지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재를 그대로 비추는 듯한 느낌이가득 차오르는 듯 하다.   


지난 2년 동안 좋았던 일들보단 답답한 마음을 누르는 기억들만 생각나는게 누가 속시원하게 풀어주면 했던 바람 이 책에서 조금이마나 위안으로 이어진다.
매일 헛바퀴 돌아가는 것처럼 정체된 우리나라 정치상황의 현실을 날카로운 말들로 빗대고 있는걸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은 결코 국가의 부속품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소중한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요즘은 그 의미가 거꾸로 흘러간 시간처럼 막막하게 멀어진다.

총 6개의 단편과 4편의 부록으로 이루어진 책을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이 알 듯하면서 선뜻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첫 편 '동원박사 세 사람'편에서 마지막 정박사가 저지른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이었을까 생각이 든다. 인간을 절망적인 상태의 끝으로 밀어버릴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극단적인 죽음으로 모는 건 절대 정당화 될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 자리를 회피하는 다른 3명의 교수는 그저 권력의 힘에 사로잡힐까봐 남겨진 정교수를 탓하며 도망가듯이 떠나가는 모습은 하이에나 같은 비겁함과 야비함이 담긴 이기적 존재로 보일뿐..

한 번 잡은 권력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습성은 결국 그 칼날이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걸 잊으면서 뒤늦게 후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게 된다. 
부정적인 씁쓸한 생각속에도 감동으로 이어지는 한 편의 이야기도 있다.
'타클라마칸 배달사고' 편에서 민소라는 사람이 비정규직 비행기 조종사로 등장하는데 어느날 적대국의 공격에 의해 격추되어 사막 한 가운데 추락하고 만다.
죽음의 문턱에서 옛 연인을 생각하면서 점점 다가오는 두려움을 쉽사리 떨쳐지지 않느다. 빈스토크는 자국의 국민이 아닌 외부 용역이라는 이유로 구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해 사건을 종결시키려한다. 일회용품 처럼 쉽게 버리고 마는 권력의 속성에 또 한 번 쓴 맛을 보게 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하나하나의 응집된 힘은 결국 한 생명을 구출하는 모습으로 마음을 한 번 더 울리는 감동으로 찾아와 주니 아직까진 따뜻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비정규직하면 요즘 너무 대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이들의 가족사 아니가..곧 남의 일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쳐 있으니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바람을 이 대한민국이 계속 이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된다.

하나 더 '엘리베이터 기동연습'편에는 수평운송노조와 수직운송조합이 등장한다.
소설속의 빈스토크는 일직선 타워가 아니다보니 수평과 수직으로 이루어진 넓고도 높은 곳에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지닌 두 존재이다.
둘을 떠올리면 왠지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가 딱 떠오른다.
'타협'이란 단어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고 자기입장을 고수하면서 반대편에 맞서는 모습이 더 쉽게 연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양보하는 타협속에서 한 걸음 더 위로 올라가며 대한민국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국민들은 바랄것이다.
큰 기대는 아니더라도 정치사회도 제발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마음을 닫히지 않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또 한 번 가져보게 된다.

현 대한민국 정치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한 소설이지만 여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져가야할 희망이 있다는 점에 또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마음을 풀어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책 중간 이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조그맣고 아무리 조용해도 절대 못 알아보고 지나칠 리 없는 단 하나뿐인 존재는 누굴까...
곧 나라는 자신,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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