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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 이제 검색은 권력이다!
최용석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검색 엔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곧, 우리가 검색을 할때 그 검색어를 분석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엔진'이라는 말은 원래 자동차에서 많이 쓰인다.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게 엔진이듯이,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의 검색 서비스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것도 검색 엔진일 것이다.
좋은 엔진을 가진 자동차를 원한다면 그만한 돈을 주고 사면 된다. 하지만 끝내주게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면? 무인자동차가 실용화된 것도 아닌 상황이니, 운전은 운전자에게 달려 있다. 검색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능 좋은 검색 엔진이라면 다들 구글을 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의 점유율이 형편 없다. 이런 저런 핑계는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니라에서 검색 엔진을 운전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초보운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도 이유라면 이유다.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몇 억 원짜리 페라리 슈퍼카가 운전하기 불편하고 승차감 나쁜, 돈값 못하는 자동차일 뿐이듯이, 검색 초보 수준을 못 벗어나는 사람들에게는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은 불편하고 불친절한 페라리 같은 존재다. 자동차 회사는 최고의 차를 만들지만, 그 차를 최고의 차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회사들은 최고의 검색 엔진을 만들지만, 그 엔진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습관적이고 단순한 검색을 하는 사람들을 '검색 원숭이'에 불과하다고 일갈하는 이 책의 목소리는 도발적이지만 적절한 문제제기다. 자신이 '검색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책을 보면 그만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늘 하던 대로 늘 쓰던 검색 사이트에 가서 한두 단어 입력해 보고 한두 페이지 찾아 본 다음에 원하는 결과가 없으면 '에이, 인터넷에 없나 보다' 하고 말아버리는, 이런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방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는 좀 나은 사람들, 이를테면 나같은 사람들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나를 표현하는 검색어를 1만 개쯤은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1만 개? 그렇게 많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해? 그리고 어디다 쓰려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역시도 이유 있는 주장이다. 저자는 검색의 핵심은 단순 반복이나 손기술이 아닌, 고도의 사고력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숭이처럼 단순 반복하는 검색이 아니라, 인간답게 창조적인 검색을 하라고 권한다. 그게 '호모 서치엔스'다.
검색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딱딱하거나, IT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식의 책은 아니다.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읽는 부담은 적다. 하지만 메시지는 무척 묵직하게 검색에 대한 우리들의 습성을 강타한다. 인터넷을 비즈니스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매일매일 검색을 하는 시대다. 검색은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정문이니까. 이 정문을 잘못 들어가면 엉뚱한 곳으로 빠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문에 비치된 안내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