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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CSI 잡학 수사대 - 상식도 길면 잡힌다
황반장 지음 / 별난책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잡학책에 패러디? 좀 안 맞는 말 같긴 하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가 패러디 아닌가. 인터넷에서도 방송에서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은 좀 인기가 떨어졌다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도 생각해 보면 결혼이란 제도에 대한 패러디다.
잡학책이란 게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 책이게 마련이다. 이 책도 물론 그렇다. 어떤 심오함도 없고, 가볍게 읽으면서 '아하, 이런 것도 있었군' 하고 뭔가 사소한 깨달음이나마 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패러디가 넘쳐난다. 일단 미드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CSI>를 패러디했는데, 자세히 보면 <CSI:라스베가스>에 나오는 닉과 새라의 이름이 나온다. 문제는 이 두 캐릭터가 철저하게 망가져 있다는 것이다. 비련의 여인 새라, 방황하는 워릭을 거칠게 밀어붙이던 원칙주의자 닉, 이런 건 없다. 닉은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무개념이고 사라는 신경질적이어서 항상 닉과 다툰다. 그리섬인지 뭔지 모를 반장은 방관하고 있다.
또 이 책은 잡학서에 대한 패러디이기도 하다. 뭔가 대단한 게 잔뜩 있는 척을 하는 잡학서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마치 잡학서를 빙자한 유머집 같기도 한 게 이 책이다. 유머집을 빙자한 잡학서 같기도 하고, 잡학서를 빙자한 유머집 같기도 이 정체불명의 책, 출판사 이름처럼 참 별난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다른 잡학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별난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그동안 잡학서도 비슷비슷하게 단물 많이 빼먹었다. 이제는 단순한 사실만 나열하던 잡학서도 이 정도로 독특한 시도가 필요한 때가 온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