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와 살구 - 학교 가는 날 ㅣ 또박또박 첫 읽기
이반디 지음, 심보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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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있는 1학년 코딱지가 입학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학교에 가서 잘 앉아있기나 할까 싶었는데, 방과후 교실에도 가고, 학교에 다녀와서 가방 던져놓고 태권도에도 가는 걸 보면, 아이들도 환경에 맞춰 잘 자라가는구나 싶다.

일하는 엄마인지라 지난 3월에 있던 참관수업에 참석하지 못했다. 요즘은 일하는 엄마들이 많으니 몇 명은 못 오시겠지 했는데, 딱 우리 딸만 부모님이 안 오셨다고 하니 더 미안했다. 이번주는 방과후 교실 공개수업인데 역시나 갈 수 없으니 이번엔 친정 엄마께 부탁을 드려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반디 작가가 글을 쓰고, 심보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설기와 살구」의 표지에는 강아지 설기와 고양이 살구가 귀엽게 웃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설기와 살구는 학교에 간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소미의 학교 공개수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하시는 할머니는 가실 수 없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씩씩하게 학교에 간 소미를 놀래켜주기로 한 거다.

설기와 살구는 할머니의 옷과 소미의 옷을 빌려 입고 학교에 간다. 가는 길에 들르는 곳들은 소미가 평소 들르던 곳이며 소미를 예쁘게 보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소미를 좋아하는 설기와 살구는 자녀의 좋은 얘기를 들은 부모처럼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공개수업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는 길에 악당 개들을 만나게 된다. 여차저차 악당들을 따돌리고 학교로 향하게 되는데, 구름새를 만나 새를 타고 학교에 가기도 하는 등, 설기와 살구의 모험은 아슬아슬하고도 흥미롭다.

반려동물이 주인의 공개수업에 간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은 낯설고, 엉뚱하지만, 이제 반려견은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또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환경도 이제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 중의 하나이기에 더 이상 소설이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설기와 살구가 학교에서 마주한 소미는 대단히 당차고 거침이 없었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위축되지 않는 어린이의 힘을 보여주었다. 매일매일 자라나는 힘, 매일 신나게 노는 힘을 보여주었다. 어린이는 작지만 작지 않다. 아직은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한 나이인데도 오히려 그 밝음이 어른을 돕는다.

어린이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도 많아 보인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면 좋겠다. 그 세상은 분명 어른도 행복할 것이다. 서로를 찌르고 총 쏘는 세상이 아닌, 등 쓸어주고 다독여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마침 이번주에 공개수업이 한창인 딸이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참관수업에 “우리 엄마만 안 왔어.”했던 딸이다.

더듬더듬 읽던 한글인데 조금 속도가 붙자 공감되는 주제의 책에 손을 댄다. 아이가 아는 주제가 나오는 책이 아이에게 독서흥미를 준다.

이 책은 1학년 아이들의 첫 문고판 책으로 제격이다. 내용도 착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1학년 딸 표현으로 그림도 깔끔하다.
그림책을 읽어주던 엄마라면, 이 정도 길이의 책은 여전히 읽어줄만 하다.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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