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도서관 프로그램에 낭독 수업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동화구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더 호기심이 생겼었다. 송정희 성우가 강사였고, 교재는 서혜정 성우와 함께 출간한 「나에게 낭독」이었다. 목소리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던 터라 아주 신나게 수업에 참여했으나 녹음해서 듣는 내 목소리는 정말 낯설었다. 그리고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듣고 싶지 않았다. 한달이 넘는 시간 차분하게 낭독을 해가며 점점 내 목소리가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내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몸의 한 부분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나의 삶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혜정 성우를 그 때 알게 되었다. 사실 x파일에 나오는 그 목소리는 알아도 그녀가 누구인지는 몰랐었다. 나에게 낭독 이후로 그녀의 인터뷰도 찾아 듣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짧은 그림책들을 차분하게 소리내어 읽는 취미도 갖게 되었다. 낭독은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에게 유익했다. 이렇게 유익한 낭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동화가 나오다니! 너무나 반갑고 이 책을 우리 아이가 읽게 된다면 혹시 영향을 받게 될까 내심 기대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주인공 정이는 아빠의 사업이 망하고 형편이 어려워져 엄마와 둘이서만 대 저택 안쪽에 있는 창고 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전학 온 학교 친구들은 저택 대문을 통해 들어가는 정이를 보며 당연히 부잣집 아이로 생각했다. 정이는 워낙 조용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라 굳이 해명을 하지도 않았다.어느 날 정이는 비어있는 저택의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가보게 된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녹음을 준비하던 서혜정 성우는 고양이 낭독이를 찾으러 나가다가 어떤 소용돌이에 몸이 휩쓸려 그 저택 정이 앞에 떨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만남이다.정이는 서혜정 성우에게 낭독을 배우게 된다. 늘 엄마가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외롭던 정이에게 재미난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만은 외롭지 않았다.서혜정 성우는 정이에게 낭독하는 법과 낭독의 유익을 알려주었다. 목소리도 작고 무서움도 많이 탔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서혜정 성우는 마음을 다해 정이를 대했다. 친구들 앞에서도 참 말이 없던 정이는 정말로 낭독을 시작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나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걸까? 큰 소리로 친구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자신을 찾을 것이다. 이 책은 따뜻한 창작동화이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낭독하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는 지식동화이다. 그런 면에서 앞에 나서는 게 항상 두렵고, 목소리가 작아서 늘 “뭐라고?”라는 말을 듣는 어린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감동과 자신감을,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서혜정 성우를 이 책에서 만나보시라.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어른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