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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 팡팡 ㅣ 햇살그림책 (봄볕) 62
장선환 지음 / 봄볕 / 2025년 7월
평점 :
여름이면 빼놓지 않고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물총 놀이와 물풍선 던지기 놀이이다.
물 속에 풍덩 빠지는 일이야 가장 재미있고 제일 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건 물가에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물총놀이는 물만 있으면 동네 작은 골목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이다.
이번 여름, 우리 아이들도 물놀이터에서, 수영장에서 동네 공원에서 하늘을 향해 친구를 향해 물 분수를 쏴대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매일 해도 지겹지 않은 것, 여름이 아니어도, 욕실에서 매일 하고 싶은 것, 바로 물총놀이이다.
물총을 통해 나오는 물줄기와 함께 터져 나오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이들의 웃음이다. 나는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어르신들이 우리 두 아이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보내실 때가 많다. 그만큼 아이들을 보는 것이 힘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이목을 끈다.
오늘 소개할 「물총 팡팡」의 작가 장선환 작가님은 「선로원」이라는 진지한 그림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책과는 다른 결의 이 책은 아이들의 원초적인 놀이본능과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가득 담은 유쾌한 책이다.
이 책은 책 표지의 디자인이 특별하다. 제목 한 글자 한 글자에 홀로그램 처리가 되어 있는데, 마치 아이들이 쏜 물줄기가 햇빛에 반사된 모습 같다.
이번 여름은 전에 없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길에는 사람이 없었고, 에어컨 실외기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 책의 시작도 그렇다. 매미 소리만 요란한 뜨거운 어느 날, 어르신들만 겨우 골목 어귀 벤치에서 쉬고 계시는 날에 세 아이가 물총을 들고 골목으로 나온다. 물총을 통과하여 나오는 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 같은 물방울이 분수처럼 날린다.
이렇게 더운 날엔 꽃나무들도 축축 늘어져 힘을 못 쓴다. 그렇게 늘어지고 시들어버린 꽃들도 아이들의 물총 한방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이들의 물총 한 방에 변하는 것이 또 있다. 이 한 방은 회사에서 찌든 아빠, 엄마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신기한 물줄기이다.
아 시원하겠다 하며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물총에서 나오는 것은 물이 아닌, 사실은 웃음이 아닐까. 아이들의 웃음이 물총에 담겨 동네 구석구석에 뿌려지고, 어른들의 귓가에 뿌려지고, 메마른 마음들에 뿌려져 굳어진 마음들을 녹여준다.
벌써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1년 후에나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이 그림책 속 풍경이다. 1년 금방이다. 그 날에는 ‘옷 젖는다.’ ‘감기 걸린다.’는 꺼내지 말고, 옷이 흠뻑 젖도록 물줄기를 맞아주는 어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충분히 듣고 싶은 어른,
더운 날 뭘하며 놀면 좋을까 매일 고민하는 장난꾸러기 어린이들,
아이처럼 놀아보고 싶은 사회 생활에 찌든 어른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