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리가 아무리 스콜라 창작 그림책 98
최민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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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업을 하는데 도중에 서로 티격태격 싸우는 두 아이가 있었다. 둘은 그만하라는 선생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로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나는 어쩐지 걱정이 되었고, 둘이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떨어뜨려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야기 나누기를 하다가 싸웠던 아이 한 명이 또 다른 아이 이름을 대며 걔네 집에서 놀 때가 제일 재미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랬다. 그 아이들은 절친이었다. 서로 잘 맞지 않아 자주 다투지만, 그야말로 단짝, 베프였다. 난 낚였다는 생각에 조금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는 자신만 짝꿍이 없는 게 늘 속상했다. 그리고 원하는 짝꿍 상도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모리가 아무리의 방에 오게 되었다. 문어는 아니길 바랐는데, 문어였다. 함께 살게 되었는데, 생활습관도 달랐고, 식성도 달랐다. 잠에 관한 것 마저 맞지 않았다. 불편했다. 좋은 점을 굳이 찾으니 친구들이 오모리를 보러 자신의 방에 자주 찾아온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안 맞는 오모리와 살던 아무리는 자신보다 친구들과 더 즐겁게 노는 오모리에게 섭섭했다. 떠나기로 했다. 떠나면서 오모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잘 맞지 않는 오모리와의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문어 목욕탕」,「코끼리 미용실」, 「벽 타는 아이」 등을 쓴 최민지 작가는 서로 달라도 짝꿍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는 MBTI나 애니어그램 등으로 개인 성향을 측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도 그것을 물으며 나와 맞을지 안 맞을지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란 걸 40이 넘어보니 알겠다.

연애 때는 맞다고 생각했던 남편과 살아보니 알겠다. 내 몸에서 나온 아이 둘과 살아보니 알겠다. 내 맘과 뜻대로 할 수 없고, 원하는대로 붙이거나 끊어낼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것을.

오모리가 아무리 문어여도, 오모리가 아무리 다른 친구들과 잘 놀아도, 오모리가 아무리 말을 못 해도, 오모리는 아무리를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아무리도 이제 오모리 없이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문어같은 내 남편, 문어같은 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잘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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