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씨의 첫 손님
안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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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게 되면 만남을 갖게 되었을 시점의 일기와 주변의 풍경, 향기 등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그 장소를 지나게 될 때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감상에 젖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오고 가는 공원에 곰의 탈을 쓴 어른인지 아니면 진짜 곰인지 모를 커다란 덩치의 반달 씨가 큰 짐을 지고 들어섰다. 같은 공원을 배회하던 고양이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라일락 향기가 났고, 반달 씨의 가슴에 있는 모양처럼 반쪽 달이 떠 있었다. 반달 씨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반달 씨는 가족들을 위한 꿀을 모으기 위해 직접 만든 나무 인형을 팔고 있었다. 고양이는 오래 전에 가족들과 헤어져 혼자가 된 길고양이였다.
공원이 꽤 북적이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반달 씨에게 다가와 꿀을 내밀며 인형 하나를 사 가지고 갔다. 그 날 이후로 아이는 날마다 반달 씨와 고양이를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둘은 아이를 기다리게 되었다.

햇볕이 굉장하던 어느 날, 반달 씨는 장갑을 벗고 아이가 가져온 수박을 발톱으로 콕 찍어먹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려야 할지 발톱을 숨겨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사이에 아이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셋의 우정은 기다림과 이해, 수용으로 더욱 돈독해진다.
어린 아이라고 해서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 마음 속에는 반달 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열린 마음에서 나온 따스한 행동이 있었다. 그것은 셋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반달 씨는 결국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고양이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외롭고 약한 세 존재가 서로에게 기댈 어깨가 되어주고, 시간을 내어주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책이다. 가족들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감내하던 반달 씨, 오래 전 가족들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어 동네를 배회하는 춥고 배고픈 고양이, 그리고 때로는 무시당하고, 제외당하는 아직은 작은 아이. 이 셋은 서로의 연약함에 기대어 작지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겉모습과 그 사람의 형편은 서로 친구가 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게 관계를 맺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책 앞 부분에 묘사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외롭고 약하고, 고립된 존재들에게 더욱 다가가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친구가 그랬듯, 배려하며 다정하게. 그리고 때로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면서 말이다.


친구 사귀는 것 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려내는 세상 속에서 순수하게 관계를 맺고, 힘이 없는 존재에게는 든든히 연대함을 보여주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다시 새롭게 그런 어른이고 싶다면,
이미 그런 사람이라서 그것이 맞다는 응원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안승하 작가님은 앞서 「일 하는 개들」을 쓰고 그렸고, 「페브 농장」의 그림을 그렸다. 색연필로 잔잔하게 채색된 그림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고, 작고 약한 존재들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전해져 그림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동안 더위에 지친, 관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여기 작은 어깨들에 기대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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