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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인간은 누구나 사후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이왕이면 천국에 가길 바라지, 지옥불에 떨어지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죽음을 맛보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닌 어딘가로 옮겨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떨까? 기후위기로 지구의 수명이 3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제2회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어린이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 「창밖의 기린」은 AI와 기후 위기, 동물 문제를 함께 다룬 시대를 반영한 판타지 작품이다.
지구의 기후위기의 주범이 인간이라고 생각한 인공지능 에모스는 지상과 리버뷰라는 네크워크 세상의 관리자이다. 지구 청소 정책에 따라 인간들을 리버뷰에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남겨진 이들을 관리하는 것까지,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에모스는 인간을 통치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리버뷰에 입주하게 되는데, 재이네 가족도 그렇게 리버뷰로 옮겨졌다. 딸 재이만 빼고. 재이는 3번이나 마인드 업로딩 테스트를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리버뷰는 참 매력적인 곳이었다. 다리를 다친 사람들도 그곳에 가면 멀쩡하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아픈 사람들도 모두 건강해지는 유토피아였다. 지구를 떠난다는 것은 영 어색한 일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더 편리하고 좋은 곳으로 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곳에 입주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형제처럼 끔찍이 아끼는 사람들이다. 리버뷰에는 오직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을 놓고 들어가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지구에 남아 있었다. 남겨진 동물들은 에모스가 실수 없이 챙길 예정이며, 재이처럼 업로딩에 실패한 사람들은 식료품이 제공되어 굶는 일 없이 지구에서 지낼 수 있었다.
재이는 보통의 사람인데 왜 테스트에서 계속 떨어졌던 걸까?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대화를 했던 재이는 뇌검사를 통해 자신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없는 브라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재이는 리버뷰에 들어가지 못한 동물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재이네 집 정원에 찾아온 커다란 기린이 왜 오게 되었는지, 자의로 리버뷰에서 나온 소라의 사연과 자신의 반려동물만 아끼고 사랑해서 다른 동물들을 실험도구로 활용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들. 이 모든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구를 해치고,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또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로 뛰는 주체가 어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을 보며 지구 청소 정책이라는 것부터 굉장히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AI는 분명 혁신적인 자원이지만 너무 거기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그저 동물들과 이야기를 하는 재이에게 호기심을 갖기보다 지금의 현실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또 환경을 향해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직접 읽고 선정한 책인 만큼 어린이들이 푹 빠져 읽게 될 거라 생각이 든다. 이번 여름방학에 푹 빠져 읽을 책 한 권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