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섬의 전설 1 - 가디언 테스트 연꽃섬의 전설 1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 원유미 그림, 김영옥 옮김 / 베틀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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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시골은 아니지만, 산 밑에 공터가 있는 산동네였다. 아이들은 매일 공터에 나와 저녁까지 뛰어놀고, 우르르 산에 올라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단 즙을 쫍쫍 빨아 먹기도 했다.

특별한 체력 훈련을 받지 않아도 뛰어 노는 것, 높은 곳에 올라가기 정도는 아이들 대부분이 수준급이었다. 마른 체형의 아이들도 근육이 단단하고, 하루 종일 뙤악볕에서 놀다 보니 까맣게 그을린 피부의 아이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물론 내가 살던 동네만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야말로 자연 친화적인 삶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플럼이 딱 그래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작은 섬에 살며 동물들을 돌보고 농작물을 키우는 아이였다. 친구라고는 두 노인과 어린 양 탄지가 전부였다.

그런 플럼에게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할아버지께서 몰래 가디언 아카데미에 플럼의 지원서를 내셨는데, 합격을 하고 만(?) 것이다.

가디언은 수세기 동안 산티팹 군도에서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살피는 임무를 수행했다. 많은 이들에게 마법사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대단한 존재가 가디언이었다. 그런데 플럼이 가디언이 된다고? 주인공 플럼은 농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친구보다 자연과 더 가까운 아이이다. 이 아이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별로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플럼은 내면의 힘이 강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는 것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권유로 가디언 학교에 가게 된 플럼.
플럼은 한달 간의 훈련생의 기간을 거치며 인내심 테스트를 포함한 여러 가지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두렵고 떨리는 순간도 마주하게 된다.

테스트를 앞두고 다른 친구들은(어려서부터 가디언이 꿈이었던 아이들) 이미 변신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플럼은 마스터 선백 앞에서는 결국 변신을 하지 못했다. (이후의 결과는 책을 통해 확인하기를 바란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플럼은, 아쉽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실패를 말하는 걸까?

나는 이 대목에서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 독자도, 어른 독자도 반드시 성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렵사리 들어오게 된 곳에서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며, 그 시간들을 견뎌낸 것이 발판이 되어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당사자의 패배감 + 내 주변의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꼭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것은 또 다른 성공인 것이다.

이 곳의 아이들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자신의 꿈을 좇으며 내면이 커가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성도 키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능력보다 더 큰 것들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에서의 테스트 과정은 아이도 어른도 성장통을 겪게 되는 과정과 닮았다. 그 통증을 치유하고 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주변까지도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뉴베리상을 세 차례 수상한 작가, 크리스티나 순톤밧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믿고 보아도 된다고 추천하고 싶다. 추천 대상은 판타지 작품을 좋아하는 어린이들, 그리고 청소년들이다. 더불어 부모님들도 꼭 함께 보며 책 읽은 즐거움을 느껴보시라고 전하고 싶다.

특별히 이 책은 과학, 우주, AI로 만들어진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터질만한 판타지는 아니다. 그러나 자연과 섬세하게 교류하며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판타지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편안하게 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연꽃섬의 전설」 은 시리즈물이다. 벌써 2권이 출간 되었다. 영상과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도 독서의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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