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사람 없음, 놀 곳 없음, 놀 시간 없음 - 아동 인권과 놀 권리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박규연 지음, 박현주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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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놀이터는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에만 있었고, 동네에 따로 놀이터가 있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대단하고 멋진 놀이기구가 없어도, 커다란 정글짐과 철봉, 녹슨 시소 한 대에도 웃음꽃이 피던 학교 운동장이 있었다. 저학년 때는 운동장에서 뛰어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가 걸터앉아 친구와 고민을 나누던 시간들이 좋았다.

세월이 흘러 꼭 아파트 단지가 아니어도 동네 곳곳에 최신식 놀이터들이 생겨났다. 낡은 놀이기구는 구청에 연락만 하면 새로 고쳐주는 속도도 빠르다. 그런데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놀이터는 어른들의 체력단련장이 되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각진 책상이 있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방영 된 7세고시에 대한 내용만 보아도 예전에 비해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교육과 서비스가 많이 있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놀 사람 없음 놀 곳 없음 놀 시간 없음」은 아동 인권과 놀 권리 이야기이다. 놀 권리가 따로 있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아동 권리 헌장 8번과 유엔아동권리협약 중 31조에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고은율은 5학년이지만 학원 한 곳 다니지 않는 아이이다. 하교 후에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가거나 집으로 일찍 돌아가고, 학교에서 조금 놀다 가고 싶어도 학교에 남아 있지 말고 빨리빨리 집에 가라고 하시니 동네 오래된 놀이터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귀가할 뿐이다.

놀 사람도 없고, 놀 곳도 없다. 여러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놀 시간도 없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부모는 아이를 낳으며 이 아이가 행복한 세상에서 살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길 원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제공하는 모든 것이 과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고은율은 사회 시간에 인권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한 가지 용기를 낸다. 어른들에게 편지를 쓴다. 친구 다인이의 조언에 따라 인터넷에도 올리고 자필로 쓴 편지는 교장실 문 틈으로 밀어 넣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일은 일어나고 만다. 은율이의 편지를 보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든 것이다. 은율이의 학교는 특별 놀이 학교로 지정이 되어 놀이기구가 설치되고, 놀이전문강사들이 오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 아이들의 인권과 필요를 지켜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첫 번째로 아이들이 읽어야 한다. 아동 인권에 대해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 지켜내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 어른들, 특별히 부모들이 읽어야 한다. 자녀를 위한다고 하지만, 자녀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혹 자녀를 소유물로 여겨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야 한다.

아이들은 놀아야 큰다. 어른들이 놀이감을 주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또래와 많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용기를 내야 한다. 가장 잘 놀아야 하는 초등시기까지 ‘놀 시간 없음’의 슬픔을 제공하는 불상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놀 수 없는 세상. 이런 세상은 정말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다. 어린 시절 많이 놀았던 어른은 아이에게도 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어린 시절에 많이 놀지 못했던 어른은 지금이라도 아이에게 노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기를. 이런 말이 참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럼에도 꼭 그렇게 해보자고 미약하나마 작은 목소리를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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