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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바타 아이 ㅣ 이야기 반짝 12
최형미 지음, 박현주 그림 / 해와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오래 전 한 보험사 광고에서 유행시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문구가 있다. 이 말은 이제 ‘아묻따’라는 말로 줄여져 어떤 상품을 홍보할 때 확신에 찬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표 문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아묻따’는 TV광고 또는 라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집마다 권력을 잡은 ‘엄마’에 의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1,2학년 때는 정말로 호두처럼 단단하고 야무졌던 3학년 김호두. 호두도 그런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이다. 호두의 엄마는 정말 열정이 대단하다. 어떤 열정인가 하니 우리 아이의 수행평가 점수를 최고점수로 받게 하는 열정이다. 그래서 만들기며 보고서며 숙제란 숙제는 다 도와주는 열정가이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이대로 해.”라며 밀어붙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못했다. 그래서 만들기 숙제가 가장 어려웠고, 물감은 나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1학년 여름방학이었나? 엄마가 절구통과 절구를 찰흙으로 만들어주셔서 낸 것이 좋은 성과를 내 방학과제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만든 게 아닌데, 상을 받아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인데도 말이다.
호두의 만들기 숙제는 처음에는 잘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보고서를 내기 위해 베낀 블로그가 선생님의 블로그인 최악의 사건을 경험하기도 했다.
늘 시키는 대로만 했기에 스스로 생각하여 서술하는 것에 약한 호두는 단원평가를 보기 전 특별한 명상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런데 어디론가 들어가게 된 호두. 거기에는 입만 있는 검은 그림자들이 “묻지 마, 따지지 마,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물어볼 수 없었다. 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시키는대로 하며 그 그림자들처럼 점점 눈,코,입이 사라져갈 뿐인 그런 곳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호두는 이제 어떻게 변하게 될까?
사실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실수도 많고, 어설프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과정들을 더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져 가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나도 옆집 아이를 볼 때는 저런 생각이 들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그 잣대를 대는 게 쉽지 않다. 내 아이는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고, 좀 더 빨랐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자신의 생각은 조금도 없는 아이가 된다면 그건 많이 슬플 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부모님들에게 ‘다 해주면 안 돼요!’하고 허를 찌르는 책이기도 하다.
글을 쓴 최형미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 혼자서는 무언가를 잘 못 하는 아이였는데 잘 하고는 싶어서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도움 받은 것으로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오래도록 부끄러움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는 호두 이야기. 이것은 비단 작가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생각해 글을 썼으니 더 와닿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스스로 하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부모님들은 더 기다려주고, 완벽하지 않아도 예쁘게 봐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아바타가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 누가 보면 좋을까?♡
1. 재미있는 책을 찾는 어린이.
2.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게 어려운 어린이.
3. 내 아이가 주도적인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