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길어도, 아이스크림
니나 블리세르트 지음, 이호은 옮김 / dodo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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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아이스크림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계절에 맞춰 나온 책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여름 책이 아니다. 줄이 길어도 끝까지 기다려서 먹을 만큼 대단한 맛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아니다.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끝까지 인내해야 한다는 부류의 이야기도 아니다.

월급을 받고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사 먹고 싶었던 스투레는 대단한 한 끼 음식보다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대기줄이 길었다. 그러나 스투레는 어떤 맛을 고를지 생각하며 기쁘게 기다렸다.

새 신발을 신고 나온 스투레는 신발을 내려다보다가 뒤집어져 있는 무당벌레를 발견했다. 무당벌레가 기어갈 수 있도록 뒤집어주고 나니 스투레 앞에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다.

‘에잇, 어쩔 수 없지.’

바깥은 너무 더웠고, 햇볕은 뜨거웠다. 그리고 스투레는 목이 말랐다.

그렇게 맨 뒤에서 기다리기를 여러 번, 스투레는 과연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을까?

스투레의 소망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래도록 기다리며 다른 사람이라면 화가 나서 싸우기도 할 법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나 스투레는 사소한 불행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인의 행복을 인정해준다. (그것이 이기적인 행동일지라도.)

힘들 게 일한 후의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자신에게 선물한 스투레는 그것이 쉼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쉼의 기억 속에 아이스크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무수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이것저것 챙기는 가운데 그 때를 추억하였기에 기쁘게 기다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스투레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점점 너무 내 것 챙기기에 바쁜 내가 답답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스투레는 집으로 돌아와 다음 번엔 어떤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생각한다. 땡볕에 긴 대기줄에 서 있던 불편함을 떠올리며 다시는 안 가야지 하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며 자기 것 지키기에 바쁘고 성공 지상주의 빠진 세상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그리고 내 아이에게는 어떤 삶의 자세를 가르쳐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며 스투레와 같아도 괜찮다고, 라쎄와 같은 어른이 되어보자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후에 함께 아이스크림을 고르러 가면 10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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