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 하는 비밀 - 성폭력 예방 그림책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5
카롤리네 링크 지음, 자비네 뷔히너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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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으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처음 발견된 범죄는 아니지만, 이번 사안은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기저기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의 부모 세대인 x세대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우리 나라의 정서상 성에 관한 것은 뭔가 음지에서 이루어져야 할, 쉬쉬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에 가족끼리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여러모로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는 내가 잘 한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는 가해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많은, 조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빌미를 제공하여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 안전지대가 부족한 시대 가운데 놓여진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맥없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게 요즘의 실정이다.

숲 속 한적한 곳에 부모님과 단란하게 살아가던 작은 여우 피니는 엄마 아빠의 친한 친구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무섭게 다가와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먼저 가까워진 후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 만의 비밀이라고 했다. 피니는 이 일로 아저씨와 나무집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도 싫었고, 부모님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도 싫었다. 둘 만의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는 너무나 작고 힘없는 아이일 뿐이었다.

비밀이라는 것은 아이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것인데, 이 때부터 피니에게 ‘비밀’은 두렵고 아픈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피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도 보여주듯이 아이들은 어른을 의지하고 믿는다. 그리고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슬퍼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아픔을 감내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픔을 감내한다고 항상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아픈 비밀은 반드시 공유해야하는 것이다.

시대가 험악하니 아들이든 딸이든 조심하라고 말하게 된다. 그런데 어른들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하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은 경계하라고 해야 하니 우리 아이들이 그 경계를 파악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책에서와 같은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예방 차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실제 상황처럼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어린 아이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수 있기에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주제에 접근한 것이 인상적이다.

주제가 명확한 책이기에 양육자나 선생님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주고, 무엇을 가르쳐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되어 있다.

글 작가 카롤리네 링크는 독일의 영화 감독인데, 주로 아이들의 성장담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였다. 주디스 커의 작품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을 영화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림 작가 자비네 뷔히너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아동기관에서 일했던 만큼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반에 행복한 피니, 뒤로 갈수록 슬퍼지는 피니를 잘 표현해 주었다.

많은 양육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예방교육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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