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말대로 해!
리센 아드보게 지음, 전시은 옮김 / 베틀북 / 2024년 6월
평점 :
혼자 갔지만 둘이 놀 수 있는 곳은? 정답은 놀이터이다.
어슬렁어슬렁 가서 기웃거려도 “우리 같이 놀래?” 이 한 마디에 바로 친구가 되어 놀 수 있다.
큰 아이가 7살 때였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시키며 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 대열에 낄 수 없기에 아이들은 그것을 놀이로 여겨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다. 내 눈엔 그것이 거슬렸다. 어린 아이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일 뿐이었는데 아이들을 제 멋대로 장악하는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끌어 올랐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인기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인 리센 아드보게의 작품 「우리 말대로 해」에는 두 무리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마음대로 결정하는 아이들’과 ‘끼지 못하는 아이들’
‘마음대로 결정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자신들의 놀이에 끼워주지 않았다. 그래서 ‘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마음대로 결정하는 아이들’은 끼워주지도 않았으면서 스스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와 비키라며 윽박을 지른다. 같이 놀지 못하게 된 ‘끼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가 다시 놀이를 한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는 아이들’은 다시 그 아이들에게 다가와 비키라며 자신들이 그 놀이감을 차지하고 만다.
참 못됐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마음대로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의 것을 무조건 빼앗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빼앗아서 놀다가 싫증이 나면 또 그들에게 가 그들의 새로운 놀이를 차지하였다. 이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아마 빼앗은 놀이가 자기들 것인 냥 새로운 아이들을 끼워주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대로 하는’ 어른들도 똑같다. 무리 지어 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자기들의 모임에 들어오지 않으면 뒤처질 거라고 속이는 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의 매력적인 창작물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도 아주 잘 한다. 그리고는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두 번째는 어딘가에 끼어 놀고 싶어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이 두 무리 중에서 서로 양보하며 즐겁게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무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힘자랑 하지 않고 서열이 존재하지 않고 과장이나 거짓이 없는 무리는 모두에게 매력적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인원이 많아진 ‘끼지 못한 아이들’은 팀 경기가 가능해졌다. 그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비키라고 하고 싶어도 인원이 적어서 그 놀이를 할 수 없게 된 ‘마음대로 하는 아이들’은 다시 비키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계속 위협할 수나 있을까?
세상은 점점 협업이 가능해야 생존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가진 것, 내 배경이 힘이 되어 내 맘대로 휘둘러도 일단 자리를 지킬 수는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나만 잘 되고 싶은 사람은 무리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을 팀 경기에, 팀 프로젝트에, 그리고 조직사회에 부드럽게 융화될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지 않으면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해 삶이 버거운 존재로 살아가게 될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이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아이가 아닌, 마음껏 창작해내는 아이로 커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가는 진정한 힘을 아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보며 주의 깊게 봤으면 하는 점.
부모로서 내 언어생활 돌아보기
그림 속 건물 안의 아이들도 빠짐없이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