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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놀이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83
정희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우리 집에는 한창 예쁜 거 좋아할 나이인 6세 여아가 살고 있다.
이 옷은 이래서 싫고, 저 옷은 저래서 싫고, 친구들은 이런 게 있고, 저런 게 있다며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가 있다.
반대로 엄마인 나는 뭘 그리 많이 사주지 않고 물려받아 쓰고, 고장 안 나면 안 사고 그런 엄마이다.
오빠가 쓰던 파랑색 타요 우산도 마다하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인가 예쁜 우산을 찾길래 바깥이 다 보이는 투명 우산을 씌우고 등원을 한 적이 있었다.
“비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우리는 안 맞네?”
“주르륵 흐른다. 이거 봐봐.” 하며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비가 오는 날 집에 검정우산 밖에 없어서 입을 삐죽 내밀고 등교하는 두 아이.
이 아이들의 엄마도 나처럼, 가성비나 실용성을 대단히 따지는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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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걸음을 멈췄어요.
우산을 꼭 잡고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빗소리를 들었죠.
또르르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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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재미없던 검정 우산이 토끼가 되고 호랑이가 된다.
왕관이 되고, 게가 된다. 공룡도 된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빗길을 아주 신나고 재미있게 걸어가게 해준다.
“누나, 우리 우산만 심심해 보인다.” 라는 동생의 말.
‘우리 우산만.’
“남들 우산은 다 예쁜데, 내 우산만 미워.” 라고 말 하는 딸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예쁜 우산을 사주어도 좋지만, 책 속의 아이들처럼 상상력을 발휘하여 즐거울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은 다가올 장마에도 짜증이 아닌, 기대감으로 흠뻑 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글을 쓰고 그린 정희지 작가는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공예 디자인 스튜디오 퀸지 오브젝트를 운영하며 동시와 그림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외 9편의 동시로 제1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기도 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디자인 전공이어서인지 그림에도 생동감이 느껴지고, 동시로 상을 받은 만큼 글에도 리듬감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충분히 느끼고나서, 특별히 비오는 날에 신나게 바깥놀이를 한다면 더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 날은 제일 미운 우산을 가지고 나가보기를 추천한다.
행복한 시간은 값비싼 배경과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과 즐길 수 있는 마음, 따뜻한 미소만 있다면 최고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