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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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시작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다이어트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성형 대국이 되어버린 우리 나라. 체중관리하는 것도 성형에 빗대고, 체중관리를 하는 이유도 건강이 아닌 외모를 가꾸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예쁜 얼굴, 예쁜 몸매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누구라도 예뻐지고 싶고,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다. 문제는 어린 아이들도 이 외모 평가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나친 미디어 노출로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아이돌이 되었고, 그것을 추구하는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조금 심하다 느끼겠지만 유치원생들도 외모 평가를 하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아저씨처럼 흔들리는 자신의 뱃살을 만족스러워하며 가지고 노는 제방이. 이 책의 주인공 제방이는 먹는 거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미식가이며, 먹기도 많이 먹는 그야말로 뚱뚱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다. 스스로도 뚱뚱한 걸 알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제방이는 자기의 튀어나온 배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 뚱뚱해”라는 이모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제방이는 뛰고 운동하는 것보다 먹는 게 좋았다. 쉬는 시간마다 축구하는 친구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방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순간, 진아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뚱뚱한 제방이를 비웃으며 아영이와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제방이는 온 몸이 화끈거리고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방이는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후의 만찬도 즐긴다. 그렇게 음식과의 싸움을 선포한다.

제방이는 처음으로 내장산 등반도 하게 된다. 토요일이면 11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또 자고 하던 제방이였다. 아침 9시에 내장산 탐방 안내소를 통과하여 긴 시간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어둑어둑해진 7시가 넘은 시간에 산을 내려온다. 쓰러질 것 같고, 배도 너무 고팠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것 때문에 살아있다고 느껴졌다.

제방이는 달라졌다.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축구하며 많이 움직였다. 점점 웃음도 많아지고 진아를 의식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많이 얘기하였다. 먹고 자기만 했던 제방이가 이제는 자신이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하며 자기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나는 뚱뚱하다’이다.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 없는 고개를 숙인 ‘나는 뚱뚱하다’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말이다. 제방이는 이제 먹는 것을 즐기면서도 많이 움직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당당한 어린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는 것은 어른들만의 일은 아니다. 어린 아이들도 자신과 가까운 친구의 성장과 변화를 보며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느낀다. 제방이의 친구들은 누구보다 게으르고 먹는 것만 좋아했던 제방이를 통해 큰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과연 나는 예쁘게만 보이려고 노력하며 살지는 않는지,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그런 사람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았을 것이다.

어른의 시전으로 제방이를 보고 있어도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 제방이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나도 남들 의식 그만하고 나를 더욱 사랑하며 살고 싶어진다.

책을 다 읽고, 아니 사실은 읽으면서 중간중간, 이 작가님 누구지? 하며 책날개를 자꾸 펼쳐보았다. 문장력이 뛰어나서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음식에 대한 묘사는 또 어찌나 사실적인지 직접 그 음식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로 군침이 돌았다.

작가님의 마지막 말에서 이 책을 두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작가로서 그만한 기쁨은 없을 듯하다고 쓰셨는데, 정말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글쓰기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글이 너무 탄탄했다.

두 번째 읽을 때, 더 꼭꼭 씹어가며 글을 읽고, 제방이의 성장을 내 삶에도 가져와 조금이나마 변화를 경험하고 싶다.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외모 때문에 자신감이 사라진 사춘기에 들어선 학생들이 이 책을 본다면 아름답게 자신을 가꿔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문고이지만, 중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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