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화장품 작은 스푼
임지형 지음, 이윤우 그림 / 스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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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얘기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고등학교 시절 한창 공부해야할 때에 파란색 채팅창 화면을 보며 밤을 새워 사람들을 사귀었다. 그런데 아토피로 인해 외모컴플렉스가 심했기에 나를 만나고 싶어 안달이던 사람들에게 늘 거절의 의사를 보냈다.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지만, 만나는 건 자신이 없었다. 내 모습을 보고 못생겼다고 할까 봐. 어쩌다가 만남이 이루어질 때면 화장을 했다. 어색하고 농도 조절도 안 된, 불완전한 모습으로. 그 때의 나도 화장한 내가 좋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서운이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저 그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하던 아이.

친구들이 어느새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하고, 로드샵에서 직접 자기에게 맞는 색깔의 컬러제품을 구입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도 화장품을 사달라며 엄마에게 졸라보지만, 엄마는 대쪽같다. 어린 나이에 화장하는 것은 안 될 일이고, 화장하는 친구들이라면 놀지도 말라고.

화장하는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그 무리에서 소외된 서운이의 머릿속에는 화장품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또 자기만 따돌리고 화장품을 사는 친구들로 인한 짜증이 대단했다.

어느 날 정처없이 걷던 서운이는 처음 보는 동네로 유입이 되고 어느 편의점 앞 뽑기 기계 안에 들어있는 그토록 가지고 싶던 화장품 셋트를 발견하게 된다.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뽑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 그러던 중 마주치게 된 할머니에게 용기 내어 동전을 빌리고, 할머니는 “화장을 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만들어 주기도 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도 사라진다.

그 화장품으로 몰래 화장을 하고 다닌 서운이. 서운이는 그야말로 인기가 대단해졌다. 얼굴을 문질러도 묻어나지 않는데 뭔가 예뻐진 모습에 아이들이 의아해했다. 반 친구들은 점점 서운이에게 몰려들었고, 그런 인기가 좋았던 서운이는 매일 요술화장품을 바르고 등교를 하게 된다.

그런데 화장품의 바닥이 드러나자 서운이는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 화장품을 다시 구하기 위해 전에 갔던 그 동네를 찾아보려 하지만, 이상하게 그곳은 보이지 않는다. 못생겼다는 놀림을 받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서운이는 급기야 하지 말아햐 할 행동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왜 외모에 목숨을 걸까? 예전에는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 사회 속에서 겪는 비교의식같은 거였는데, 이제는 미디어를 일찍 접한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외모를 평가하고 그것을 가치의 우위에 두고 있다.

사춘기 시절 작은 일탈 같았던 화장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치장이 되었고, 그 나이대가 초등학생까지 내려간 걸 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외모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서운이는 화장할 때 인기 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모습은 진짜 나일까?

이 책에서는 화장품을 예시로 들었지만, 포장되어 있고, 누군가를 따라 하는 모습은 진정한 내가 아니기에 그 인기도 언젠가는 없어질 거품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나를 잃어버려서 힘든 것보다 민낯의 모습으로도 당당했던 그 때로 돌아가는 게 더 낫다고 얘기하는 서운이.

이제 우리는 남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언젠가는 겪게 될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생각해본다. 화장을 허락하냐 안 하냐의 문제보다 아이 자체의 빛나는 모습을 언제나 일깨워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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