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 매일을 채우는 52가지 행복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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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의 펜데믹은 우리의 삶을 모조리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빨리 올까 싶었던 첨단 시대를 미리 끌어오게 되었고, 강제적으로 1인 기준의 삶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게 되었다. 설마 이게 없어질까 싶었던 직업들이 사라지게 되고, 생각지 않았던 직업이 생겨나 펜데믹을 타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우리의 삶을 사로잡은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 먼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쉽게 좌절하고, 쉽게 포기하게 되고, 많이 우울하고, 많이 아파져 갔다.
이것은 어떤 부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닌, 펜데믹에 갇힌 모두에게 해당 되는 이야기다.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의 작가 소피 블랙올도 같은 테두리에 놓여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펜데믹 앞에서 그녀 역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남편이자 아이들이 아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래도록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샤워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면서 기대할 만한 것들을 목록으로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행동해 보니 만족감이 컸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다.
소피 블랙올은 52가지의 평범하지만 행복을 부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 기쁨이 찾아오기를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행에 옮겨 기쁨을 느끼게 되는 이름들을 진솔하게 적은 것이다. 그동안 소피 블랙올의 작품(안녕, 나의 등대, 언덕 너머 집, 지구에 온 너에게, 시큰둥이 고양이 등)을 볼 때도 그녀의 따뜻한 감성이 담긴 글과 그림이 좋았지만, 이 책은 에세이로 되어 있어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것 같아서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녀와 친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태양이 있다고 느끼는 것, 매일 몇 잔씩 마시는 커피, 잠들기 전의 따뜻한 샤워 이러한 것들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조차 기쁨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니 감사가 몰려왔다. 살아 있지 않다면 태양을 느낄 수 없고, 돈을 벌기에 싸구려 커피라도 돈을 주고 사서 마실 수 있고, 작가가 주석에 달은 것처럼 오스트레일리아에 가뭄이 들었을 때,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이라면 따뜻한 물은커녕 찬물도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펜데믹 상황에서 뉴스를 통해 많이 들었던 말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적응하지 못할까 봐 우리는 잰걸음으로 달려야 했고, 질병에 대한 걱정을 너머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도가 높았었다.

지금 우리는 펜데믹 이전의 삶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변화된 삶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고 허둥대던 것을 멈추고, 우리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활동에 마음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우리 몸과 마음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늘 많은 눈이 내렸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냥 이불과 한 몸이 되어 쉬고 싶은 휴일이었지만,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놀이감을 준비해주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완전무장을 시켜 밖으로 내보냈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 기대에 찬 얼굴 표정. 이것은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이다. 이 이름을 위해 몸을 일으키고 실행에 옮기니 진짜로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이름이 살아 움직였다.

목록들을 적어보고, 그것으로 짧은 생각을 적고, 실행에 옮기는 것.
새해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되었다.
그렇게 내 삶을 기쁨으로 채워가고 싶다.

뭔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 보고 싶은 어른이라면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을 적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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