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씨앗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1
이상교 지음, 이소영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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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의 동시 쓰는 키다리 시인이 있다.
화려한 색감으로 심장에 노크하는 그림쟁이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 동시 <물고기 씨앗>을 세상에 수 놓았다.

시인 이상교 작가님은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실렸고, 여러 작품들을 쏟아내며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에는 권정생 문학상을 수상하셨다.
그림 작가 이소영 작가님은 색감이 독특해서 이 그림, 이소영작가님이 그린 거 아닐까? 하고 알아볼 정도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여러 작품들로 국내와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작가이다.

사실 두 분의 조합이 개인적으로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건, 지난 여름 이소영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그녀의 그림에 푹 빠졌다. 그리고 이상교 작가님은 20여년 전 어린이문학 수업에서 만났던 교수님이다. 별 특색없던 20대 초반의 글 깨작이던 나를 그 분은 잘 모르실 것이다. 나 홀로 기억하던 키다리 교수님을 요즘 많은 작품들로 만나게 되며 감회가 새롭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작품활동에 열심을 내시고, 언제나 창의적이고, 아이 시선의 글을 쓰기고 계시는 게 감동적이다.

물고기 씨앗이라는 제목을 보면, 물고기 알이 아니고 씨앗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시란 무엇인가, 그 안에서 허용되는 것들이 있어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 경탄하게 된다.
시골 마을, 자전거로 동네를 달리는 아이가 물고기 씨앗을 발견한다. 웅덩이에서 시작된 이 씨앗은 여기저기 옮겨져 많은 곳에서 물고기로 태어난다. 뽁, 뽁, 뽁.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흩날려 여기저기 옮겨져 시멘트처럼 딱딱한 곳에서도 싹을 틔우는 것처럼.

자연은 참 놀랍다.
자연은 우리를 먹이고, 우리를 입히고, 우리를 누인다.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인데, 고마움보다는 왜 더 주지 않느냐고 윽박지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앞의 소년처럼.

물고기 씨앗을 조심스레 봉지에 담아와 어항에 담아둔 아이.
투명한 물 속의 씨앗이 움트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사랑스럽다.
자연을 아끼는 사람은 그 마음도 자연처럼 따사롭다.

우리도 이렇게 자연을 묻혀와 집에서도 그 자연을 느끼게 된다면, 자연처럼 화사하고, 신비롭고, 또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시인의 예쁜 시와 화가의 물을 머금은 그림에 푹 빠져 있다 보면, 걱정 한 봉지쯤은 잠시 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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