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지랖
진은영 지음 / 오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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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개인적인 일들까지도 지나치게 참견하고 요청하지 않은 것까지도 살뜰히 챙기는 행동을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또 시작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로서로 챙겨주는 건 미덕이었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 가면서 이러한 미덕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부담을 주거나 심하면 불쾌감도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런 오지랖이 때때로 부담스러워서 대놓고는 말하지 못해도 떨떠름한 반응 같은 것으로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했던 적이 많았다.

여기 오지랖이 생활인 엄마가 있다.

주변을 잘 살피고, 지나가다 보게 되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유난히 잘 발견한다. 우산 없는 아이에게는 우산을 주고, 혼자 울고 있는 아이에게는 든든히 배를 채워주고, 길을 찾는 할머니의 길을 찾아주며 짐까지 들어준다.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 엄마를 꼭 닮은 아들도 있다.

엄마와 집에 가는 길, 볼 일이 급했던 아들은 초록 불이 깜박일 때 있는 힘껏 달렸다. 그런데 그만 빨간 불로 바뀐 것이다. 우회전하던 과일 트럭이 끽 하고 멈추면서 트럭에 있던 귤은 다 쏟아져 굴러가고 횡단보도에 얼어 붙어버린 아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길에 다같이 멈춰버린 차들,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아이를 걱정한다. 그리고 차에서 나와 쏟아져 버린 귤을 주워 담는다. 아들은 그 모습에서 엄마를 본다.

아들은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갈 때면 “또 시작이다.”했었다. 그러나 엄마의 오지랖은 뭔가 사람들을 밝게 만들고 있었다.

참 메말랐다고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간다. ‘각자도생’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이다. 길을 가다 비를 맞고 가는 사람이 보여도 선뜻 우산을 씌워줄 수 없고, 낯선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혹시 사기가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시대.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오지랖은 때때로 감동을 준다. 냉랭한 가슴들에 불이 지펴진다.
크지 않아도 작은 관심으로 내 주변이 밝아질 수 있다면, 조금 오버해볼만 하지 않을까?

진은영작가님이 쓰고 그린 이 책의 매력은 그림 구석구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엄마의 별명을 표현한 동물들이 사람들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어서 그림을 주욱 살피다가 숨은그림찾기 하듯 동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앞,뒷면지에 담은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황 설정은 누구라도 웃음짓게 하는 귀엽고, 재미있는 설정이다.

사랑과 나눔이 필요한 이 계절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엄마표 오지랖을 다시 한번 우리 삶에 불러와 따스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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