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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가르도
오나리 유코 지음, 이재원 옮김 / 베틀북 / 2023년 11월
평점 :
나의 기억 속에 외롭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는데, 그 날의 장면은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교실 창가에 무리지어 하하호호 웃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 그걸 바라보는 나.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같은 반 친구들 중 무리지어 노는 한 그룹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 노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아이였지만, 단지 그 무리에 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혼자라고 느꼈던 것 같다.
얼마 전 수업에서 1학년 아이가 적은 감사의 내용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학교에 와서 친구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oo가 친구되어 줘서 고맙다.’
친구가 없다는 건 모두에게 두려움이다.
이 책의 주인공 히나는 2학기에 전학을 하게 되어 친구가 없었다.
학교에 가는 게 불편했다. 그런 히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악어귀신 가르도. 가르도는 외로운 사람에게만 보이는 귀신이었다.
가르도는 외로운 히나를 온 몸으로 공감해주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모델 일을 하고 있어서 화려하고, 많은 이들에게 주목 받았지만 마음은 외로웠던 아야카에게도 보여졌다.
분명 외로운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했는데, 늘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아야카에게 가르도가 보인다는 사실이 히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둘은 외로움 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가르도는 왜 귀신이 되었을까? 그리고 왜 외로운 이들에 보여진 걸까?
그리고 왜 사라진 걸까?
그 사연은 책에서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이미 혼자가 아닌, ‘함께’가 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 말미에 이런 문구가 있다.
‘물론 친구가 생겨도, 외로운 기분은 때때로 찾아옵니다.
그럴 때면 히나는 하늘을 보며 상상하지요. 또 하나의 친구, 가르도를…….’
원하지 않지만 외톨이인 친구들,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친구들,
외톨이인 게 무서워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때때로 외톨이인 우리 모두에게 서로서로 손 내미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인 오나리 유코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만화가이다. 우리 나라에 많은 그림책이 소개되었고, ‘비 오니까 참 좋다’라는 그림책을 좋게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은 2004년 오사카의 매일신문에 연재된 ‘악어 가르도’를 수정하고 다듬어서 그림을 새로 그려 출판한 것이다.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위로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