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바꿔요!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호세피나 헤프 지음, 마리아 호세 아르세 그림, 김유진 옮김 / 베틀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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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예보에도 없던 굵은 비가 쏟아졌다. 이제 우리 나라도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는 표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도 보았다. 꽤 오래전부터 지구가 아프다는 경고를 들어왔지만, 체감하지는 못했던 기후 위기가 이제는 우리의 삶으로 깊이 들어와 버렸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아프면 우리도 아플 수밖에 없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도 질병과 함께 살아간다면 남은 여생은 괴로움 뿐일 것이다.

여기 지구의 아픔을 나몰라라 하지 않고, 내 집 앞 쓰레기 치우기를 시작으로 주변을 변화시킨 여인 레나타가 있다. 그녀의 집은 정돈이 잘 되어 있고, 항상 쾌적함을 유지했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는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 놀고 싶다고 조르는 그녀의 딸에게 ‘밖은 위험해’라고 말해야 할 만큼.

레나타와 아나는 수년간 쌓여있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8개의 쓰레기 봉지가 채워졌다. 그녀는 하루 종일 쓰레기를 치우고 피곤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또 나가서 쓰레기를 치웠다. 그러다가 이웃들과 마주쳤지만, 처음에 그들은 그녀를 이상하게 보았다.

큰 태풍이 있던 어느 날, 동네의 기와와 나뭇가지가 나뒹굴게 되자, 이웃들은 조금씩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분리수거를 시작했고, 쓰레기로 퇴비 만들기도 했다. 마을에 식물도 심었다. 동네가 변하기 시작했다. 회색의 악취 나는 동네가 향기 나는 색색의 동네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시대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산티아고에 있는 ‘산 라몬’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산드라 폰세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실제 이야기이다. 이 여인은 동네를 변화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이 일로 2013년에 칠레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상’을 받았다.

실제 있었던 일이기에 꽤 설득력이 있고, 영향력도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분리수거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분리한 쓰레기를 어떻게 재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나와 있다. 굉장히 알찬 구성이다. 환경교육과 더불어 생태교육까지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호세피나 헤프는 칠레에서 활동 중인 농학자이자 작가이다. 농사를 직접 짓고 있고, 지구 건강을 되살리는 일을 직접 실행하고 있기에 이 책에 담긴 정보들은 믿을만하고 교육적이다.

그림을 그린 마리아 호세 아르세도 식물 90종의 세밀화 그림을 선보이기도 한 칠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지구 환경의 보존과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기도 한, 환경을 생각하는 작가이다.

동네를 지나가며 코를 움켜쥔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광경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 마음이 움찔거릴 때가 있다.
딱 한 번 아이들과 쓰담걷기를 했었는데 그것이 기억에 남았는지, 또 쓰레기를 주우러 나와야겠다고 말하곤 한다.

어른인 내가 용기를 내야 한다. 몸을 일으키고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그것이 시작일 것이다. 우리의 터전이 아프지 않도록,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우리 손으로 바꿔요!」를 읽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을 변하게 할 작은 행동을 하는 한 사람이 두 사람 되고, 열 사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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