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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꿈이는 똥파리 ㅣ 학교종이 땡땡땡 14
김가을 지음, 전금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7월
평점 :
아이들이 똥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똥파리는 어떨까?
똥파리를 귀엽다며 바라보는 사람은 사실 거의 본 적이 없다. 더럽다고 손을 휘저어 쫓아내거나, 파리채로 납작하게 눌러 죽이고 마는 벌레가 바로 똥파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막 번데기에서 나온 똥파리 날꿈이가 세상 구경을 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얼마나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을까?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웅크리고 있던 번데기 안 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 앉은 곳은 하얀 쌀 밥 위.
역시나 아이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더럽다고, 밥 안 먹는다고.
날꿈이는 밥을 안 먹을 정도로 자신이 그렇게 더러운가 싶어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그곳을 빠져나와 숲으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여러 곤충들, 동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나는 왜 모두가 싫어하는 파리로 태어났을까?’
자신의 탄생 자체를 비관하던 날꿈이는 자신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그 쪽으로 가게 된다.
날꿈이를 부른 건 여왕개미였는데 알을 너무 일찍 낳게 되었다며 굴을 파는 동안 자신의 알들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자신을 더럽다고도, 못생겼다고 하지 않은 여왕개미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알들을 쓰다듬어주고, 다른 곤충들이 못 오게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슴벌레 할아버지는 날꿈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처럼 남을 돕는 곤충은 처음 본다면서.
날꿈이는 생각한다. 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파리가 될 거라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진다. 날꿈이는 여왕개미의 알들이 떠올랐다. 자신이 지나쳐온 곤충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결국은 알에서 개미가 나오는 것까지 보게 된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고 눈살을 찌푸리는 그런 똥파리.
그렇다면 똥파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걸까?
모든 생명은 태어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역할들을 하게 되고, 혹 그런 게 없다 해도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곤충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몄지만, 자신이 보잘 것 없다 여기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는 작은 꿈을 심어준다.
잘 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로도 희망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의인화된 동식물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야기 안의 캐릭터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도 하고, 주인공이 웃게 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웃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림책을 보며 울고 웃던 아이들이 글밥이 조금 더 있는 문고판을 경험하는 시기가 온다. 그 친구들에게 쉽게 읽히기도 하고 감동도 있어서 더욱 마음에 많이 남을 그런 책으로 「날꿈이는 똥파리」를 추천하고 싶다.
양육자가 읽어주기에도 무리되지 않을 정도의 양이라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