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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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많은 집, 반려견을 키우는, 그 중 한 명은 장애가 있는 가족의 모습이 표지에 있다. 이 집에는 어떤 즐거운 것이 있길래 놀러 오라고 하는 걸까?

이 책에는 장애를 가진, 또는 장애인 가족이 있는 7명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자신의 집을 소개한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휠체어가 곳곳에 놓여 있고, 그네가 있는 마당 있는 집이 보인다.

두 번째로 수화로 대화를 하고 음악을 진동으로 느끼며 춤 추기를 즐기는 가족이 있다.

세 번째로는 장애가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평범한 모습의 가족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이 아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가족의 모습이라는 것을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달리는 것도, 뛰는 것도, 소리치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 실컷 놀다 보면 쉽게 지칠 때도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정보이다.

이 밖에도 시각 장애인 엄마와 안내견, 연골무형성증을 가진 아빠와 아이의 생활 모습,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와 그 가족을 도와주는 활동 보조인의 이야기, 패혈증으로 팔을 잃어 의수를 착용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는 책은 주로 대놓고 장애공감이야기 등으로 기획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소개하듯이 장애인 가족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많이 등장한 가운데, 장애인 가족의 모습도 특별하거나 불편하거나 부족한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글을 쓴 작가 엘리자 헐은 그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소개한다. 작사가와 음악가로, 장애와 관련한 연사로 호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 글을 쓴 샐리 리핀은 호주에서 가장 책이 많이 팔린 여성 작가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10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하였고,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작가의 말에서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바뀌는 것이 아닌 비장애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섭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며, 장애는 나쁜 말이 아니기에 ‘특별하다’, ‘능력이 다르다’가 아닌 ‘장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 작가인 대니얼 그레이 바넷은 호주에서 최조로 동성결혼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만든 사람들부터 먼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별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각 장애에 맞게 구비 되어 있는 도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잘 모를 그런 것들이다. 또한 우리가 머무는 모든 환경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새롭게 설계되어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를테면 경사로 같은 것.

이 책의 묘미를 찾는다면, 단연 마을의 공원이 그려진 마지막 장면이다.
장애인 아이들이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섞여 놀이를 한다.
장애인 아이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빠는 동네를 뛰어다녀도 그것이 이상하지 않은 모습. 이것이야말로 다양성이 인정되는, 아니 그냥 삶에 녹아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부터 장애인 학생들을 만나 그림책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비장애인들과 달라 보이지 않고 평범하게 보이는 것은 절묘한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인 것 같다.

많은 학생, 부모님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래서 누구나 알던 장애가 아닌 새로운, 보편적이지 않았던 장애들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모두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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