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다락방 상상 동시집 10
우미옥 지음, 권소리 그림 / 상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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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이다.
얼마 전 비처럼 내린 꽃들이 지나가고 초록이들이 자신을 뽐내는 봄 날이다.
자연을 보며 시상이 떠오르는, 시를 읽고 싶은 계절이다.

우미옥 시인의 동시를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의 구석구석 아주 작은 곳일지라도 쏘옥 들어가
그곳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나와서
그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던져주는구나.

집 안의 물건,
산책하며 만난 꽃,
내 마음 깊은 곳 수많은 감정들.

‘나’와 ‘또 다른 나’들이 재료가 되어
독자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다.

우미옥작가는 2011년에 ‘제3회 창비 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동화로 등단한 작가이다.
6살때부터 아파트에 살아서 회색 콘크리트의 기억이 많은데, 동화를 쓰러 들어간 원주 산골의 토지문화관에서 지내며 오다가다 주워온 글들이 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첫 동시집인 <비밀 다락방>에는 자연이 숨을 쉰다.
홀로 산책하며 만난 나 자신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시는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잔잔한 마음에, 때로는 물결치는 마음에 돌멩이 하나 던져지면 일렁이다가 이내 잔잔해진다.

오늘은 이 시를 읽으며 나에게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

나와의 약속

난 나와의 약속을 깰 때가 있어
친구랑 약속을 지키는 대신
나랑 약속은 가끔 안 지키기로 했어
무겁고 답답한 갑옷 같은 약속
벗어 버리면
조금 가벼워지거든
조금 헐렁해지거든
조금 편안해지거든
조금 숨을 쉴 수 있거든
나랑은 가끔 그러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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