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엄마와 소파와 한 몸이 된 아빠, 그리고 장난감으로 어지럽혀진 거실 모습. 너무나 익숙한 이 장면은 다름 아닌 대부분의 아이를 키우는 집의 모습이다. 목구멍 앞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너만 피곤하냐?’는 말은 과격한 설거지소리가 대변해준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지만, 이 분위기를 감지한다. 나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지는데, 처음엔 우리 부부의 이런 대화에도 아이는 눈치를 봤었다. 부부 사이의 안정감은 아이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그림책 속 서영이는 엄마아빠의 이상기류가 불편했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데 큰 바람이 불어왔다.그러더니 순식간에 창밖으로 날아가 버린다.판타지지만 마치 실제같은 이 상황.그리고 날아가는 아이를 잡으려는 부부의 필사적인 행동과 그 가운데 더 돈독해지는 가족애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한다.차분한 톤으로 그려진 현실적인 그림에서는, 바람부는 장면은 바람을 맞는 것 같은, 따끈한 배달음식을 먹는 장면은 달콤함을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조금은 서먹해진, 조금은 섭섭함이 있는 가족들이 이 책을 본다면 곁에 있음의 감사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