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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뽑기 ㅣ 큰곰자리 67
김경미 지음, 심보영 그림 / 책읽는곰 / 2022년 10월
평점 :
오래 전에 한 기사에서 사람들이 인형뽑기를 하는 이유가 잡힐듯 하다 놓치고, 그런데 또 잡힐 것 같은 그 느낌이 마치 내 인생을 보는 것 같아서라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서우에게 인형뽑기는 울적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꼭 찾아가고 싶은 쉼터였던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우,서율이 쌍둥이 자매는 외모는 거의 비슷하지만, 성격은 완전 천지차이이다.
그래서 더 티격태격 하는 것 같다.
아니, 버럭이 서우는 일방적으로 분출하고, 꾹꾹이 서율이는 매번 참아낸다.
그런 둘 사이에 상상 못할 일이 벌어졌으니,
인형뽑기 하던 서우가 뽑기 기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냥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인형 크기로 작아진다.
이 책은 발상이 기발하고, 소재가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형뽑기이다.
그림책만 읽던 8살 아들이 91페이지 책을 잠자리에서 다 읽게 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화를 버럭버럭 내서 쌈닭같은 서우는 매번 꾹꾹 참는 서율이 품에 숨어 있으면서 서율이를 이해하게 된다.
꾹꾹이 서율이는 서우의 지지와 도움을 통해 화를 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알리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에게 나쁘게 보일까봐 화를 잘 못내며 살았던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고 화를 낸 지 얼마 안 되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며 살아온 세월동안 관계를 잘 맺는 것은 늘 힘든 과제였다. 그런데 내 감정을 표현하면서부터 오히려 존중받았다고나 할까?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거다!!
서우처럼 버럭쟁이 친구가 있다면, 조금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서율이처럼 그냥 꾹 참고 상대의 무시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위로도 받았으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나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학교에서 너는 서우같은 아이니, 서율이 같은 아이니?
❓️너희 반에 서율이같은 친구가 있니?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하게 되니?
너무나 감동적이고 재미까지 있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눈물 찔끔 흘린 건 다행히 안 들켰다.
그런데,
같이 듣던 4살 꼬맹이가 다음날 이 책을 들고 와서 또 읽어달라고🤪
그만큼 강추다.
한 호흡에 읽을 수밖에 없는,
그림책에서 글밥 있는 책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