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지수 1
옌쩐 지음, 박혜원 외 옮김 / 비봉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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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읽게 되면서 소설을 읽는다기보다 중국 사회에 대한 공부를 하는 듯한 착각을 갖게 될 만큼 현대 중국 사회의 단면을 알 수 있고,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중국인들의 의식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창랑의 물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는 초나라의 시인 굴원의 '어부'라는 노래에서 발췌한 이 책의 제목이 이 책 전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더러우면 함께 흙탕물을 튀기며 살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술에 취해 있으면 술지게미라도 먹고 함께 취해서 살아야지, 무엇 때문에 당신 혼자만 고고한 척 하다가 쫒겨나는가?'라는 말을 통해 중국인들의 내면을 잘 알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인물 중 가장 중요한 몇 사람은, 주인공인 지대위, 그의 아내 동류, 동료이면서 권모술수와 아부에 능한 정소괴, 중국 고위 관료의 이미지인 마청장, 위생청의 실패한 직장 선배이면서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안선생 등이 주요한 인물들이다.

주인공 지대위는 문화혁명 시기에 모함을 받아 좌절된 아버지의 꿈을 쫒으려 마음 먹지만 첫직장인 위생청에서 일하게 되면서 조직과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에 합류하지 못하고 번번히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 사이 눈치 빠르고 아부와 권모술수에 능한 정소괴는 지대위를 앞질러 가게 되고, 지대위는 현실의 벽만을 실감하면서 바르지 못한 현실만을 한탄하고, 처음 온순하던 그의 아내 동류는 이런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고 멸시하기를 반복한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직장 선배인 안선생은 이런 지대위를 자신과 같은 실패한 길을 걷지 않도록 조언을 하는데 제목과 같은 내용인 '왜 흙탕물 같은 세상에 너 혼자만 깨끗하다며 시류에 합류하지 못하느냐. 굽힐 굴[屈]과 펼 신[伸]의 의미를 되새기라.'며 나무라기도 한다.

처음 마청장은 지대위의 젊은 패기와 학력 등을 보고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바른말만을 고지식하게 고수하고 조직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하는 지대위에게 조직의 수장인 마청장은 지대위로 하여금 세상에 대해 순응하는 원리를 깨닫도록 한직으로 보내고 방치한다.
현실의 높은 벽을 처절하게 실감하고 좌절하던 지대위가 현실의 흐름에 순응하고 합류하기로 결심하게 되고, 동일침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주사 놓는 데 있어 일인자였던 아내 동류가 마청장의 가족을 구해주는 것을 계기로 지대위는 마청장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부상하게 된다.

이후 마청장의 뒤를 이어 위생청장 자리에까지 오른 지대위는 평소 자기가 꿈꿔왔던 정직하고 양심적이며 청렴한 관리의 표상이 되고자 의욕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번번히 관료조직의 두터운 벽에 막히기를 반복한다.

중국 사회가 역사상 청렴한 관리가 배출 될 수 없는 토양이라는 구실을 내세우는 궁색한 자기 변명으로 결국은 지대위 자신도 기존의 중국사회를 지배했던 흙탕물에 함께 발을 씻는다는 내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책을 통해 매사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세태상을 실감나고 재미있게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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