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이웃 모두가 친구 26
김윤이 글.그림 / 고래이야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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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나눔’

이보다 더 따뜻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아이들과 여러 추억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텃밭에서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를 걷어 올린 일을 떠올리며 참 신났다고 한다. 작은아이 네 살 때 어린이집에서 감자 서너개 캐왔는데 그 해 내내 감자반찬을 먹을 때마다 "이거 내가 캐온거지?"하며 우쭐대었고 우리는 감자반찬을 먹을 때마다 작은 아이에게 잘 먹겠다는 인사치레를 치러야 했었다.

 

그리고 친정엄마!

손이 큰 친정엄마도 상추며 부추 파 감자 고구마를 우리가족이 다 소화 못할 정도로 싸주신다. 이걸 다 누가 먹느냐고 하면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꾹꾹 눌러 담으시곤 하셨다. 103호 할아버지와 친정엄마. 어려웠던 시대를 지나온 분들에게는 나눔의 정서가 자연스레 베어 있는걸까?

다른 한편으로 <감자이웃>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건, 조금은 삭막한 요즘의 아파트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층간소음에 관해 주의를 요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민원이 반복되다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아이들 다 그렇지요.’라고 말해주는 아래층 분들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늘 감사한 마음이다.

103호 할아버지의 나눔이 더 의미있는 건 닫혀 있는 이웃들의 마음을 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를 나누는것조차 어색했었는데, 서로 친구가 되고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서로 스쳐 지나치던 현관 앞 화단에서는 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앞,뒤면지 그림.

참 기분좋은 변화이다.

 

 

103호 할아버지의 주름이 곱다.

 

그림과 내용이 참 따뜻해서 어른들에게도 좋을 그림책이다. 다음에 김윤이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된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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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 - 약속 유아 인성 덕목 그림책 1
조문현 글, 이형진 그림, 이솝 원작 / 파랑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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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

무척 유명한 이솝이야기지만 여러 설정들이 지루하지 않고, 평소 좋아하던 이형진작가님 그림으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아이가 '이거 아는건데...?'하며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사자대왕은 참 걱정도 많다. 자신이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꺼리를 달고 산다. 하지만 어떤 위험이 닥쳐도 곁에 있겠노라는 듬직한 신하들이 있어 마음을 놓는다. 그런데 정작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준 건 듬직했던 신하들이 아니라 작고 하찮은 생쥐였다. 신하들이 사자대왕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엄마~ 야곡 안지킨다. 나쁘다. 그치?"한다.

 

 

사자와 생쥐는 가장 강한 동물과 약한 동물의 대비이지만 '약속을 지킴으로' 그 관계는 더이상 단순한 강자와 약자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생쥐는 코끼리, 코뿔소, 얼룩말처럼 덩치가 크지 않지만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위험한 그물에 다가갈 용기를 얻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는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림이 참 재미있다. 아이는 자연물로 만든 사자의 왕관에 관심을 보였고, 신하들은 왜 나무토막이랑 나뭇잎을 머리에 올려두었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해보니, 벼슬아치들의 오사모인가 싶었다. 작가님의 센스와 그걸 놓치지 않는 아이!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나는 누구와 어떤 약속을 해 보았나요?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친구가 하자고 하면 해야 할까요?

*하지 말아야 할 약속도 있나요?

*약속은 왜 지켜야 할까요?

*사자는 왜 생쥐가 위대하다고 했을까요?

 

<함께 생각해요>를 통해 아이들과의 이야기꺼리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약속은 꼭 새끼손가락을 걸로 하는 말이 아니라 가정이나 유치원, 또는 지나치는 거리에서도 서로 규칙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는 것 모두가 약속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적으로 큰 것을 이루고도 도덕성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살면서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들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베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뒷표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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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괴물 국민서관 그림동화 157
로버트 먼치 글, 듀산 페트릭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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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림이 참 재미있고, 호기심을 주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게 하는 책이다.

개구쟁이 같은 진흙괴물의 씨~익 웃는 입이 주인공 아이의 뿔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진흙'하니까 작년봄 시골 할머니댁 마당에서 진흙으로 케이크 만들기 놀이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원한 진흙의 감촉에 신나했었는데 

온몸을 진흙공격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속표지 그림.

아이의 발자국이 진흙괴물을 쫓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의 한판승을 살짝 짐작해보았다.


줄 앤은 엄마가 주신 새 옷을 입고 마음이 들떴다.

사과나무아래 기분좋게 앉아 잇는데 진흙괴물이 덮치는 바람에 겁에 질려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줄 앤을 깨끗이 씻긴 후에 옷을 갈아 입혀준다.

옷을 갈아 입고 줄 앤은 다시 집 앞 모래밭에 앉아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데 

지붕위에 앉아 있던 진흙괴물은 또 얄밉게도 줄 앤을 공격한다.

다시 씻은 후에 꾀가 난 줄 앤은 비옷을 입고 밖으로 나선다.

진흙괴물에을 피할 준비가 되었는데 진흙괴물은 보이지 않고, 비옷이 너무 더운 줄 앤은 조심스레 모자를 벗었다.

그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안도하며 비옷을 벗었는데 그 틈을 타 진흙괴물은 또다시 아이 위로 내려 앉았다.


이 부분까지 책을 읽었을 땐 진흙괴물이 줄 앤이 만들어낸 핑계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진흙으로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새 옷이 더렵혀져 엄마에게 "진흙괴물이 왔어요"핑계를 대는건 아닐까 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

줄 앤은 진흙괴물때문에 겁에 질렸고, 진흙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골똘히 궁리한다.

세번째 목욕을 끝내고 소심하게 방안에만 앉아있던 줄 앤은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섰다.


 


 

 

"엄마~ 진흙괴물이 왔어요"하며 겁에 질려 집으로 달려가던 줄 앤이

"진흘괴물아 나와!"하며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며 그 용기 어디서 나왔는지 줄 앤이 기특했다.


 


 

 

엄마의 표정 변화도 참 재미있다.

딸에게 예쁜 새옷을 입히고 흐뭇한 얼굴,  하지만 곧 더렵혀진 옷을 벗기고 씻겨줄 때의 표정.

두번째 씻길 땐 체념한 듯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그래도 아이에게 마구 화를 내지 않는 걸 보면 평소에도 좋은 엄마임이 분명해 보인다.

나였다면.....? ^^;

 

 


 

 

빨랫줄을 보니 또 웃음이 난다.

진흙으로 뒤범벅인 딸아이를 세번씩이나 목욕시키다 보니 엄마의 옷도 멀쩡할 수 없었겠지.


줄 앤이 두려움을 물리치지 못하고 방안에만 머물렀다면 진흙괴물의 괴롭힘을 받지 않겠지만

맑고 좋은 날, 자연의 선물 또한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진흙괴물을 물리침으로 아이는 스스로 더욱 당당한 행복함을 찾고,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진흙괴물은 1976년 로버트 문치가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때의 상황을 글로 썼다고 한다.

몹시 습한 날씨에 유치원 운동장이 진흙구덩이로 변해버려 아이들이 무기력하게 지낼 때 작가는 진흙괴물의 이야기를 지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반갑지 않는 환경인데 즐거운 이야기로 보상해주었으니 정말 최고의 이야기꾼이 아닐까 싶다. 몇손가락에 꼽을만큼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가  '종이봉지공주'인데 이 작가의 초기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아이들에게 진흙괴물처럼 두려운 것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니 처녀귀신, 바다, 어둠, 악몽...

순식간에 수다쟁이가 되었다. "내 친구 아무개는 피를 진짜 무서워해"하며 친구이야기까지 하면서....

어떤 두려움앞에 놓이게 될 때 아이들이 줄 앤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낼때마다 아이들은 희열을 느끼며 한뼘 더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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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무민 클래식 1
토베 얀손 글.그림,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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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책을 한번 읽어내려간 후에 “누가 토플을 달래줄까요?”라는 물음에 손을 들고 싶어졌다.

책의 문장을 빌려서라도 토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토플~ 누구나 밤에는 아주 많은 것이 낮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단다.”

“토플~ 작은 생명들이 무척 행복해하며 너의 집을 가득 채우고 있구나.”

“토플~ 피하기만 하면 친구는 생기지 않아.”

“토플~ 갈 길이 아주 멀 때는 노래 한 곡이 여행 가방보다 더 힘이 된단다.”

“토플~ 네가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 수 있게 모두가 노는 곳으로 가 ‘안녕’하고 인사하렴”

“토플~ 크고 흰 조가비가 있어도 보여줄 누군가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어.”

 

토플은 겁많고 수줍음 많은 작은 아이이다. 곁에 아무도 없는 토플은 어둠으로만 가득차있는 집을 떠나 세상과 사람을 만난다. 길을 지나치는 이웃들, 파티를 즐기고 있는 이들, 혼자 여행중인 스너프킨을 만나지만 말을 건넬 용기가 없다. 부드러운 모래밭과 예쁜 조약도로가 크고 흰 조가비가 있는 바다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다움을 함께 이야기할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에 이내 슬퍼진다.


외로운 그 밤에 토플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편지가 담긴 병이 물길에 밀려 와 토플에게 닿았다. 위로가 필요한 작고 약한 미플의 편지였다. 난생처음 편지를 받은 토플은 마법에 걸린 듯 강하고 용감하고 즐거워졌다. 여행가방을 타고 물을 건너며 만나는 이들에게도 처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세상을 향한 토플의 첫 소통이 아니었을까?


토플은 너무 무서워 때로는 구덩이 속에 숨기도 했지만 나보더 더 무서워할 미플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무시무시한 그로크의 꼬리를 깨물어 물리친 후 드디어 토플과 미플이 만난다. 어떻게 용기내어 만난 미플인데 수줍어 편지로 대신하겠다며 사라지는 토플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그 편지를 대신 써달라는 작가가 준 미션도...) 그리고 다시 재회한 토플과 미플은 서로 위로해주고 달래주며 오래오래 함께 한다.

 


토베 얀손을 처음 알게 된건 무민시리즈 중 ‘무민과 마법의 색깔’이라는 그림책이었는데, 바다색이 표본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 감탄했었다. 맑은날바다색, 비오는날바다색, 아침노을바다색..어쩜 이런 생각이 가능했을까. 프로필을 읽어보니 역시나 자연과 함께 한 유년시절의 영향을 받아 섬과 바다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무민시리즈는 연령이 유치원대상으로 되어 있지만 더 큰아이들과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역시 권장대상인 초등저학년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크건 작건 마음속에 두려움을 품고 산다.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에 만난 그림책 ‘누가 토플을 달래줄까요?’와 토플의 용기있는 모습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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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여행 51 - 나이팅게일의 이집트 여행 마법의 시간여행 51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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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를 아이와 몇권 읽었다. 과거시대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을 따라 그 시대를 여행하다보면 그 시대의 모습을 흥미롭게 배울 수 있고 주인공아이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건들에 긴장하게 된다.


마법의 시간여행은 처음 접해보는데 역사이야기지만 정보전달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이야기만으로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51번째 이야기에서는 잭과 애니를 따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영국의 병원이나 전쟁터가 아닌 이집트의 여행지이다. 또한 플로렌스는 간호사의 모습은커녕 조금은 우울해보이고 무뚝뚝해보여 잭과 애니는 이 사람이 맞을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니 나이팅게일이 살던 때에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비천하고 부도덕한 직업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더더군다나 상류층의 딸로 태어난 플로렌스의 간호사가 되겠다는 선언은 부모에게 식모가 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반대에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없어 방황하던 때의 모습을 잭과 애니는 만난 것이다.


처음 만남에서 플로렌스는 잭과 애니에게 호의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두 아이가 다쳐 위험에 빠졌을 때 어김없이 기질을 발휘하여 헌신적으로 두 아이를 돕는다.


모험을 떠나기 전 잭과 애니에게는 주어진 미션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 그 위대함의 비결을 배워오는 것이다.플로렌스와는 늘 엇갈려 좀처럼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플로렌스의 간호를 받게 되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위대함의 비결은 ‘의미와 목적’이었다.

플로렌스가 삶의 가치를 둔 일은 신분에 맞게 우아함을 유지하며 꽃꽂이를 하고 무도회에 가는 게 아닌 다른 사람들이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에 대한 평가는 '백의의 천사'에 대한 이상화가 되기 쉽상인데 크림전쟁에서의 그녀의 역할은 간호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약품은 고사하고 옷이나 이불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에 앞서 청소와 세탁과 같은 허드렛일부터 처리해야 했다. 어서 가서 불쌍한 병사들을 간호해야겠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플로렌스는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빨래를 하는 것뿐'이라고 냉정하게 응수했다고 한다.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이 책을 읽는 아이와 함께 보는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오던 이름 나이팅게일.


훌륭한 간호사라는 막연하고 대중적인 표상에만 그쳤었는데 그 이면까지 볼 수 있었다.  또 룩소르 신전, 멤논의 거상, 왕비들의 골짜기 등 이집트 유적도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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