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나눔’
이보다 더 따뜻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아이들과 여러 추억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텃밭에서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를 걷어 올린
일을 떠올리며 참 신났다고 한다. 작은아이 네 살 때 어린이집에서 감자 서너개 캐왔는데 그 해 내내 감자반찬을 먹을 때마다 "이거 내가
캐온거지?"하며 우쭐대었고 우리는 감자반찬을 먹을 때마다 작은 아이에게 잘 먹겠다는 인사치레를 치러야 했었다.
그리고 친정엄마!
손이 큰 친정엄마도 상추며 부추 파 감자 고구마를 우리가족이 다 소화 못할 정도로 싸주신다. 이걸 다
누가 먹느냐고 하면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꾹꾹 눌러 담으시곤 하셨다. 103호 할아버지와 친정엄마. 어려웠던 시대를 지나온 분들에게는 나눔의
정서가 자연스레 베어 있는걸까?
다른 한편으로 <감자이웃>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건, 조금은 삭막한 요즘의 아파트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층간소음에 관해 주의를 요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민원이 반복되다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아이들 다 그렇지요.’라고 말해주는 아래층 분들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늘 감사한
마음이다.
103호 할아버지의 나눔이 더 의미있는 건 닫혀 있는 이웃들의 마음을 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를
나누는것조차 어색했었는데, 서로 친구가 되고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서로 스쳐 지나치던 현관 앞 화단에서는 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앞,뒤면지 그림.
참 기분좋은 변화이다.

103호 할아버지의 주름이 곱다.
그림과 내용이 참 따뜻해서 어른들에게도 좋을 그림책이다. 다음에 김윤이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된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