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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괴물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57
로버트 먼치 글, 듀산 페트릭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림이 참 재미있고, 호기심을 주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게 하는 책이다.
개구쟁이 같은 진흙괴물의 씨~익 웃는 입이 주인공 아이의 뿔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진흙'하니까 작년봄 시골 할머니댁 마당에서 진흙으로 케이크 만들기 놀이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원한 진흙의 감촉에 신나했었는데
온몸을 진흙공격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속표지 그림.
아이의 발자국이 진흙괴물을 쫓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의 한판승을 살짝 짐작해보았다.
줄 앤은 엄마가 주신 새 옷을 입고 마음이 들떴다.
사과나무아래 기분좋게 앉아 잇는데 진흙괴물이 덮치는 바람에 겁에 질려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줄 앤을 깨끗이 씻긴 후에 옷을 갈아 입혀준다.
옷을 갈아 입고 줄 앤은 다시 집 앞 모래밭에 앉아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데
지붕위에 앉아 있던 진흙괴물은 또 얄밉게도 줄 앤을 공격한다.
다시 씻은 후에 꾀가 난 줄 앤은 비옷을 입고 밖으로 나선다.
진흙괴물에을 피할 준비가 되었는데 진흙괴물은 보이지 않고, 비옷이 너무 더운 줄 앤은 조심스레 모자를 벗었다.
그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안도하며 비옷을 벗었는데 그 틈을 타 진흙괴물은 또다시 아이 위로 내려 앉았다.
이 부분까지 책을 읽었을 땐 진흙괴물이 줄 앤이 만들어낸 핑계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진흙으로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새 옷이 더렵혀져 엄마에게 "진흙괴물이 왔어요"핑계를 대는건 아닐까 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
줄 앤은 진흙괴물때문에 겁에 질렸고, 진흙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골똘히 궁리한다.
세번째 목욕을 끝내고 소심하게 방안에만 앉아있던 줄 앤은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섰다.
"엄마~ 진흙괴물이 왔어요"하며 겁에 질려 집으로 달려가던 줄 앤이
"진흘괴물아 나와!"하며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며 그 용기 어디서 나왔는지 줄 앤이 기특했다.

엄마의 표정 변화도 참 재미있다.
딸에게 예쁜 새옷을 입히고 흐뭇한 얼굴, 하지만 곧 더렵혀진 옷을 벗기고 씻겨줄 때의 표정.
두번째 씻길 땐 체념한 듯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그래도 아이에게 마구 화를 내지 않는 걸 보면 평소에도 좋은 엄마임이 분명해 보인다.
나였다면.....? ^^;

빨랫줄을 보니 또 웃음이 난다.
진흙으로 뒤범벅인 딸아이를 세번씩이나 목욕시키다 보니 엄마의 옷도 멀쩡할 수 없었겠지.
줄 앤이 두려움을 물리치지 못하고 방안에만 머물렀다면 진흙괴물의 괴롭힘을 받지 않겠지만
맑고 좋은 날, 자연의 선물 또한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진흙괴물을 물리침으로 아이는 스스로 더욱 당당한 행복함을 찾고,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진흙괴물은 1976년 로버트 문치가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때의 상황을 글로 썼다고 한다.
몹시 습한 날씨에 유치원 운동장이 진흙구덩이로 변해버려 아이들이 무기력하게 지낼 때 작가는 진흙괴물의 이야기를 지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반갑지 않는 환경인데 즐거운 이야기로 보상해주었으니 정말 최고의 이야기꾼이 아닐까 싶다. 몇손가락에 꼽을만큼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가 '종이봉지공주'인데 이 작가의 초기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아이들에게 진흙괴물처럼 두려운 것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니 처녀귀신, 바다, 어둠, 악몽...
순식간에 수다쟁이가 되었다. "내 친구 아무개는 피를 진짜 무서워해"하며 친구이야기까지 하면서....
어떤 두려움앞에 놓이게 될 때 아이들이 줄 앤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낼때마다 아이들은 희열을 느끼며 한뼘 더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