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맥락도 없이 충동적으로 고향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으며 휴대전화 배터리는 단 한개 남은 눈금마저 깜박이고 있었다. 왕릉을 둘러싼 담을 따라 걸으며 무덤에서 풍기는 풀 냄새를 맡고 이제부터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심코 방향을 틀었다. 그때 게걸을 떼고서도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살점을 입에 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끼룩거렸는데 나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였을 그 살점이 승천하는 걸 바라보며 부럽다, 부럽다고 중얼거렸다.

<조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