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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 ㅣ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경자 지음 / 고래뱃속 / 2024년 3월
평점 :

제목은 잠자, 작가는 경자. (라임보소! 우리집 두 아이는 제목과 작가가 헷갈렸대요.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감자'까지 호출하고 머선일이고!)
그림체가 무섭다는 이유로, 내 아이가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 같다는 핑계를 대며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서평목록에 올라온 이 책을 먼저 만나보게 되는 호사를 누렸기에 서평 신청했고, 너무 고맙게도 서평단에 뽑혀서 서평을 쓸 기회까지 얻게 됐네요. 덕분에 우리집 아이들도 책을 스스로 꺼내보기까지 했어요. 싫다고 할줄 알았던건 제 편견이었고, 아이들은 재미난 책이라며 엄마도 읽어보라는 얘기까지 건네네요. (난 미리 읽어봤어. 너희가 좋아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섣부른 판단이었구나. 부모는 아이를 모른다더니 그말이 꼭 맞네. 언제쯤이면 알게 될까?)

표지를 보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어떤 느낌인지 먼저 살펴보고 가면 좋을 거 같아요.
머리 위에 가느다란 두 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더듬이일까? 삐죽 튀어나온 잔머리? 더듬이라면 누구의 것이지? 잠자~리? 벌? 나비?
표지를 복사해서 보이지 않는 아래 부분 상상그리기 해도 뭔가 그럴 듯한 작품이 탄생할거 같기도 하고요.
(열심히 배웠던 포토샵을 이용해서 사진을 불러와서 나비랑 합성하고 싶은데 말이죠. 상상으로만 ㅠㅠ)
서평을 쓰면서 지금 책등을 살펴봤는데 여기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어쩜! (나 왜 이 책 싫다고 했니!!)


앞면지 주인공의 모습이 왼쪽과 오른쪽이 달라졌어요. 뭔가 뿅 나타났네요.
왜 나타났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물리적인 요소인지, 정서적인 것인지. (이것에 대해서도 경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보고 있던 것이 책인지, 잡지인지.. 여기에서 무언가를 보고 영감을 얻은 걸까요?

갑자기 양쪽 머리를 잡은 주인공이 거울에 비치는데 표정이 유쾌해보이진 않네요.
자꾸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같은데 주인공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주인공은 그림그리는 걸 좋아한대요. 밤늦도록 그림을 그린다네요. 그림에 빠진 제이키즈인가!
그런데 열중하는 주인공 잠자의 동생이 방에 들어와 이렇게 말해요.

"언니, 고작 이딴 그림을 그릴 거라면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게 어때?" 어쩌구 솰라솰라.
엥? 언니에게 이렇게 말한다고요? 저 동생 혼 좀 나봐야할거 같은데.

울컥한 언니 잠자는 혼내지는 않고 버럭 소리치며 울음을 터트리네요.
꺼이꺼이 울 정도라니, 맘에 맺힌 게 많은 모양이네요.
뒷모습이지만 잠자의 전신이 나온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벌레를 엄청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벌레보면 막 자지러질 듯 소리치고 방방 뛰는 사람인 저로서는 온몸이 소스라치게 몸을 뒤틀게 되더라고요. 그림으로도 당신은 만나고 싶지 않아요. (잠자, 너, 바선생이었니? 헉. 느껴진다. 너와 나의 머나먼 거리...)
동생에게 모진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갔던 잠자는 세상을 구경하고 느끼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림에 매진하죠. 자신이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나 가족의 생각은 달라요. 보통의 사람과 다른 잠자를, 가족이 아닌 타인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에요.
그들에게서 낯선 타인의 시선을 느끼는 잠자에게 자꾸만 감정이입이 되서 속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잠자가 제 가족이라면 따스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줄 수 있을지 그건 의문이더라고요. 나라는 사람은 그럴 수 있을까? 포용과 사랑을 지녔나 반성하게도 되고요.
개인적이긴 하지만 엄마가 서구적인 외모에 예뻤어요. 여동생과 남동생은 엄마를 닮아서 외모 칭찬을 받기도 했고요. 그 시절엔 왜 그런걸 칭찬했는지 치... 그 와중에 저한테는 외모 칭찬은 없고, 착하다 뭐 그런 칭찬만 들어본거 같고요. 외적인 부분에서 좀 위축됐던거 같아요. 그러면서 사춘기를 힘겹게 보내기도 했고요. 지금은 뭐 날 변화시켜야지 이런 마인드는 없고, 태어난대로 사는거지, 외모가 다는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며 살긴 하는데, 그때의 위축은 날 조금도 커지게 하진 못한거 같아요. (잠자를 보면서 공감이 됐던걸 보니.)
잠자가 뭔가 크게 느끼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덜 공감됐을 거에요.
재능을 잃는 것이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고 나서라고 생각하니 이걸 어쩌나 싶었다가 차라리 다행인건가 안도하게도 됐는데 이런 이중적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엄청 못나보이고, 이게 보통인가 자존감이 낮아서인가 자꾸만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는 책이에요. 지금은 이렇게 슬프고 처연하게 읽어내려갔지만 조금은 나아진 언젠가의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제이그림책포럼 카페의 서평이벤트를 통해 고래뱃속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