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생각 벌 생각
박하잎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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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생각, 난 딴 생각! 왜 이런 말이 먼저 떠오르냐면요.

뜬금없는 제목은, 학창시절 원태연 시집을 꽤 좋아했는데..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뭐 그런 시구가 생각났거든요. ㅎㅎㅎㅎ



<곰 생각 벌 생각> 이렇게 크고 잘 보이는 제목인데 자꾸만 '뻘 생각'으로 보이는건 딴 생각 중이라서 잘못 본거죠? 곰이랑 벌이 표지에 쏙 들어가있는데 흑과 백의 조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노랑과 갈색이 스며들며 뭔가 온화한 느낌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생각이 생강으로 보이기도 하고, 왜때문에 저 큼직한 제목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가. 꿀발라진 글자라 꿀떨어지게 보이나요? 예전에 <꿀벌>이었나 <꿀>이었나 하는 책이 있었던거 같은데..

꿀

아닌데.. 독서는 꿀맛과 같다 뭐 그런 거였는데.. ㅜㅜ 책제목은 생각안나지만 그 책의 주제와 꿀이 흐르는 타이포그래피는 일맥상통하는거 같기도 하고.

바코드가 저 꿀통 안에 스티커 모양으로 들어갔어도 참 예뻤겠다 싶은건 그저 제 욕심이죠. 제가 바라보고, 그러길 바라는 마음. 출판사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말이죠.

각설하고.

곰이랑 벌이 나와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던 두 주인공은 어느 날 운명처럼 부딪히게 되요.

인연이랄까요. 꿀을 좋아하는 곰과, 꿀을 모으는 벌. (살짝 개미와 베짱이도 떠오르기도 하고요.)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자신만의 잣대로 바라보고 오해하게 되요. 그러다 易地思之, 상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죠.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와 명분이 떠오르지 않나봐요. 그 순간 콰쾅! 클라이막스로 치닫게 되요.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시면 꼭 찾아보시길 바라요. 차분할 것만 같은 그림책을 넘기다가 급하게 뒷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거에요.

관계는 언제나 어려워요.

상대를 이해해야 하고, 인정해야 하니까요.

또 거기서만 끝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나와 맞지 않기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고요.

어릴 때도 분명 힘들었는데 이제는 꽤 살았구나 싶은데도 어려워요.

매번 같지 않고, 항상 걸림돌에 막히는 거 같아요.

관계가 어려울 때 꼭 이렇게 해라 하는 책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교훈이 아닌 열린 결말이라서..

(그림체가 귀여워서 따라따라하고 싶다는 둘째를 보니 서평신청한 절 슬쩍 셀프칭찬해봐요.)


찬찬히 읽으면 '곰의 생각, 벌의 생각'이라고 읽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눈과 뇌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길을 잃고 보고 싶은대로, 읽고 싶은대로 보는 제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졌어요. '육아도, 인생도 그렇게 제멋대로 보고 있구나. 제대로 봐야지, 기다려보고 깨달아야지.'

뭔가 너 이것 좀 깨달아야지, 이건 쫌 알아야되지 않겠어? 라고 다그치지 않지만 깨닫게 되는 부모육아서로 잠시 읽히기도 했네요. 덥고 지치고 힘든 여름방학. (분명 제가 되게 힘든건 아닌거 알고 있는데도 삼시세끼 차린다는 이유로, 난 엄마로서 할만큼 하고 있다는 오기로, 괜시리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것만 보여주고 강요하고 있나 하는 약2초의 반성이 오늘의 서평을 쓰게 하네요. 분명 내일은 또 더우면 화를 잘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일 테죠. 그러나 지금의 잠깐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어요.)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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