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대브 필키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8월
평점 :

우선 칼데콧 아너 상에 빛나는 은색딱지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다른 집 모범생 자식을 보는 기분이랄까, 내 것이 될 수 없으나 내 것이면 좋겠는 남의집 자식, 설명이 부족하지만 뭔가 부러움이 스물스물 피어나네요.

작가님 이력에 <도그맨>이 나오는데 포럼에서 자주 봤던 제목이네요?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관심이 생겨요. 어린 시절 ADHD를 앓았다는데 괜히 마음이 가고, 잘 자랐구나 싶어요. 하긴 우리가 자라던 시절엔 병명을 몰랐을 뿐, 그런 아이 되게 많았던거 같아요. (저도 성인ADHD가 아닐까 가끔 의심스럽거든요. 숏폼으로 본 증상이 저와 너무도 비슷하여.. 각설하고요.) 그러나 커서는 대부분 잘 살고 있는거 같으니까 어린 시절의 아픔이 커서까지 계속되는건 아니구나 안심하ㅁ, 묘한 안도감도 생기네요. 음, 내일 오전에 바로 작가님 작품을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아이는 무엇을 배달할까요?
신문? 우유? 표지의 강아지, 배달, 어린 남자아이, 이런 단어를 조합하니 뭔가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딱 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파블로의 개’가 먼저 떠올랐다가 (어떡하죠??) 세 단어로 검색하니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 (맞다!!) 만화 주인공은 우유를 배달했는데, 그림책 속 주인공은 신문을 배달하는 걸까요? 뉘집 자식인지 참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우쭈쭈해주고 싶은 아이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는 무슨 연유로 배달을 하는 걸까요? 꼭 사야할 무언가가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까요? 집안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짐을 지었을까요? 올해는 달라질테야! 부지런해져야지 다짐을 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와 부가적인 설명 없이 그림은 아이의 배달하는 모습과 주변에 집중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네요. (너무 예쁘게, 아스라하게 표현되는데 조금 불편했던 부분이 동네의 집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거예요. 상하좌우 각도가 딱딱 떨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마음대로 그어진 느낌이랄까. 자유로운 모습을 그리고 싶으셨던건지 작가님의 의도를 물을 자리가 주어진다면 살짝 질문드리고 싶기도 해요.)
남들이 일상을 시작하지 않은 어느 틈, 나만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날의 공기를 기억하시나요? 제 기억 속엔 중학교 때 시험공부를 하려고 알람을 맞춰두고 자려다가 못 일어날 스스로를 알고, 믹스커피 두봉지를 탔는데 물을 많이 부었는지, 양이 많았는지, 제겐 처음인 커피라 제가 감당하지 못했는지 속이 울렁거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맞이한 시험날의 새벽이 떠올라요. 정말 난생 처음으로 새벽에 깨어있는 상태로 맞이한 그날은 뿌듯하고, 상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뭔가 나 스스로가 엄청 대단하고 멋진 사람으로 변한거 같은 기분! 그림책 속 주인공은 매일 느끼는 행복이겠죠?
매일을 행복하게 시작하는 주인공을 보며, 난 어떤 하루를 맞이하고 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초록귤출판사(우리학교)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