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3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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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계약서에 적힌 규칙과 통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연민과 우정,
조직에 대한 소속감.
인간의 선함과 약함에 기댄 관행들을 제거하면
조직은 멈춘다.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가실 분들은 나가셔도 됩니다.
탈퇴한 분들은 배신자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무게를 견딜 수는 없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다
우리보다 먼저 쓰러진 것 뿐입니다.
저는 부상당한 동료를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노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저보다는 여러분들께
여러분들보다는 반달치 월급 때문에 탈퇴한 사람들에게
탈퇴자보다는 가입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입자격도 불확실한 계약직들에게
노조는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 않은 노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남으시면 더 고생할 겁니다.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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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2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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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대학 안 나오고
넥타이 안 매도 지 인생
귀한 줄은 알아요,

믿으세요.
닥치면 다 하니까.
깨지면 또 붙으면 되고.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게 무섭지.

그냥 옆에 있어요. 그거면 돼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회사도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몰랐잖아.
내가 뭘하면 쟤들이 쪼는지
내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싸우면서 확인하는 거요.

싸우지 않으면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걸 넣을 수도 없어요.

중요한 건

당신들도 처음이지만
걔들도 처음이라는 거.

당신들이 두려운 만큼
걔들도 두렵다는 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고장 난 신호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의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대체 이 신호등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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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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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고신, ˝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거요.
노동운동 10년 해도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거라고 장담하지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구고신, ˝직원들하고 밥은 자주 먹어요?˝
이수인, ˝그게 아직 별로 친하질...˝
˝밥부터 같이 먹어요.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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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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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책읽는당 도서) 우선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을 나열해 보아요.

1주차
(p.57) 생식권이란 물론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권리를 말한다. 앞에서 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통제의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현재 하원의원인 폴 라이언은 주정부에 낙태를 금지할 권한을 부여하고 심지어 강간범이 낙태한 피해자를 고소하는 것까지도 허락하는 법안을 재도입하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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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던 구절이네요. 충격 그자체였답니다..

2주차
(p.98) 이제 그런 시대에는 단호히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대신 다른 문을 열 때다. 모든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서로 다른 젠더들 사이의 평등과 결혼한 파트너들 사이의 평등을 반갑게 맞아들일 문을. 평등결혼은 평등을 소중히 여기고 평등을 혜택을 입는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
우리 사회에 만연된, 권위주의가 남녀사이의 문제, 사회적인 차원의 이슈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소 문화적 차이는 있으나, 피해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평등결혼˝이라는 말이 더 와 닿았습니다.

3주차
(p.111)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드넓은 대학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이 강간을 당하자 대학 측은 모든 여학생에게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아니면 아예 나돌아다니지 말라고 일렀다. 건물 안에 있어라.(감금은 호시탐탐 여성을 감싸려고 대기하고 있다.) 그러자 웬 장난꾸러기들이 다른 처방법을 주장하는 포스터를 내붙였다. 해가 진 뒤에는 캠퍼스에서 남자를 몽땅 몰아내자는 처방이었다. 그것은 똑같은 논리적인 해법이었지만, 남자들은 겨우 한 남자의 폭력 때문에 모든 남자더러 사라지라는, 이동과 참여의 자유를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p.112)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p.134) 내게 희망의 근거는 단순하다. 우리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모른다는 것, 세상에는 있을법하지 않은 일과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꽤 자주 벌어진다는 것, 비공식적인 세계사가 이미 보여주었듯이, 헌신하는 개인들과 대중운동들이 역사를 만들 수 있으며 만들고 있다는 것, 우리가 언제 어떻게 이길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말이다..... 현실이 반드시 우리계획과 일치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야말로 희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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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울프의 어둠 챕터는 처음에 읽기가 난해했어요. 번역이 엉터리인건지,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챕터의 마지막 부분으로 갈 무렵, 솔닛이 울프를 높이 평가하고 이 책을 쓸 때 이 챕터를 넣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페미니즘과 관련되어 단순히 수평적인 글로만 쓰지 않고, 다양하게 접근하기 위해서임을요. 저는 개인적으로 111페이지에 나오는 처방법에 대해서 굉장히 통쾌했어요.

4주차
(p.162) 미국역사상 가장 길고 비싼 재판 중 하나였던 악명 높은 맥마틴 유치원 학대사건은 1983년에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어느 어머니가 그 유치원에서 자기 아이가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치료사를 고용하여 수백 명의 아이들을 면담했는데, 치료사는 도구와 기법을 동원해 아이들로 하여금 악마 숭배적 학대에 관한 황당한 이야기를 마구 지어내도록 부추겼다.

(p.164) 그녀(애니타 힐)가 거절하자 “그는 내 설명을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싫다는 말은 유효한 말이 아닌 것처럼.

(p.167) 지나치게 사나운 이런 반응들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망가진 주전자 농담을 상기시킨다. 어떤 남자의 이웃이 남자에게 빌려간 주전자를 망가뜨려서 돌려주면 어떡하느냐고 책망하자, 남자는 처음에는 망가뜨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가, 다음에는 빌릴 때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고 대답했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신은 빌린 적조차 없다고 대답했다. 여자가 남자를 고발하고 그 남자와 남자의 옹호자들이 저런 식으로 항변할 때, 여자는 망가진 주전자가 된다.

(p.168) 허먼은 강간, 아동 성추행, 전쟁 트라우마를 두루 다룬 『트라우마』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비밀과 침묵은 범인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비밀을 지키는데 실패하면, 범인은 피해자의 신뢰성을 공격한다. 그녀를 철저히 침묵시키는 데 실패하면,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게끔 만들려고 애쓴다. ... 모든 잔혹행위에는 우리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똑같은 사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느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느니, 피해자가 과장하는 것이라느니, 피해자가 자초한 일이라느니, 심지어 이제 그만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도 나온다. 범인이 유력한 인물일수록 현실을 호명하고 정의하는 능력이 크기 마련이라, 그의 주장이 더 철저히 득세한다.

(p.173) 까마득한 옛날부터도 자기 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신뢰성을 잃는 것이 연관된 일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중에 존재하는 현실의 카산드라들에게는 우리가 그 저주를 걷어줄 수 있다. 누구의 말을, 왜 믿을 것인가 하는 선택을 우리가 스스로 내림으로써.

(p.183) #여자들은다겪는다. 여자가 남자에게 너무 친절하면 ‘꼬드긴 게’되고 너무 무례하면 폭력을 감수해야 하니까. 어느 쪽이든 여자만 나쁜 년이다.

(p.196) 가정폭력, 맨스플레인, 강간문화, 성적 권리의식 등은 많은 여성들이 매일 접하는 세상을 재정의하고 그런 세상을 바꿔나갈 방법을 열어주는 언어도구들이다.

(p.197) 6년 전에 내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 스스로 놀란 점이 있었다. 웬 남자가 나를 가르치려 든 우스꽝스러운 사례로 글을 시작했건만 결국에는 강간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맺게 된 저이다. 우리는 폭력과 권력 남용이 성희롱, 협박, 위협, 구타, 강간, 살인 같은 범주들로 서로 깔끔하게 분류되는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이해하겠다. 나는 그것이 자칫 미끄러지기 쉬운 비탈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우리가 여성 혐오의 다양한 양태들을 구획하여 각각 별도로 다루기보다 그 비탈 전체를 이야기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그것이다. 구획하란 큰 그림을 조각냄으로써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 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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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처음에는 흥미를 가지다가도, 저자가 겪은 다양한 mansplain 사례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잘난척 하는거 같은데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중간에 울프의 어둠은 정말이지 다른 책을 보는 거 같고, 내용도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보면서 이 책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처음으로 접해서인지, 맨스플레인, 평등결혼, 강간문화, 페미니즘 등 이 책에 언급된 용어들이 다가오는 의미가 컸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용어로 규정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접근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물론 성 차별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한쪽 성에 대한 의미가 들어간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적절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미루어 볼 때, 여성은 지속적인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물론 현재에도 존재에서조차 무시당하고 없는 존재인 것처럼 여겨지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미루어 볼 때 저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사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맨스플레인의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뭔가 이상한데?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모든 남성이 그러할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면 곤란하겠죠. 작가 또한 그 점을 우려하여 주장을 펼치는 와중에도 그런 단서를 달곤 합니다.

사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본적이 없습니다. 대학시절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친구를 본 적은 있지만, 제가 읽으려고 하지는 않았죠.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교수님의 부정적인(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명확한 표현이 현재로서는 어렵네요) 모습을 보면서 페미니스트들 또한 권위주의를 쟁취하려 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솔닛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청소년이 되어 세상을 맘껏 탐험하고 싶었던 그녀가 여성은 밤거리를 내키는 대로 쏘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일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서도 겁이 많아서 밤길을 혼자 다니질 못합니다. 늘 그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곤 했는데, 그녀는 이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니.. 그러면서도 솔닛은 희망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업치락 뒷치락 하겠지만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녀의 생각이 옳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한편, 이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틀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단순히 이상하다고만 여기고 지나쳤던 것들이 거슬려 보이기 시작했어요. 오늘 아침 뉴스만 하더라도, TV조선에서는 정치 꼭지에 있어서 문재인의 여자들, 안철수의 여자들.. 이런 식으로 여성 정치인들을 표현했어요. 이전에는 간과했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바로잡아야하는 부분이구나 싶으면서도 언론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표현하다니, 실망을 금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책에 언급된 강간 사건 사례들을 보면서 미국은 그래도 우리보다 선진국인데 성적 권리의식 측면에서 우리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아주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더 깊게 관련 도서를 읽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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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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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역사에도 근현대사에만 관심이 있었고 고대 중세 근세 역사는 등한시했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 책 자체가 두껍고 역사유물에 대한 설명이 빼곡히 적혀 있어 읽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찾게 된 것은 여행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제주도를 자주 가게 되었고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면서 제주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 검색을 하다보니 유홍준 교수님이 제주도 편을 쓰셨더라구요. 그리고 신간으로 써내신 남한강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한강 지역은 제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을 모아둔 것이라 제주도편꽈 함께 충동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책응 읽으려고 할 때 마침 창비에서 책읽는당 이라는 책읽기 이벤트를 진행해 독서 소감을 댓글로 달곤 했습니다. 댓글에 인상적인 문장과 소감을 적는 것이라, 아래에 책에서 제가 느낀 인상적인 문장들과 느낌을 함께 번갈아 서술합니당.

장판옥과 배식단은 조선왕조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을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끝내는 찾아내어 기리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께 사죄를 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자랑스러운 유적이다.(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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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하면 한반도지형과 리프팅만 떠올렸는데, 청령포와 같은 한없이 맑고 좋은 풍광을 볼수 있음을 알게 되고 단종과 관련된 씁쓸한 우리의 역사를 알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정조가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과거사를 청산하고자함은 존경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지네요.


생각건데, 누정을 수리하는 것은 한 고을의 수령 된 자의 마지막 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잘되고 못됨은 실로 다스림, 즉 세도와 관계가 깊은 것이다. 세고가 일어나고 기욺이 있으매 민생의 편안함과 곤궁함이 같지 않고 누정의 잘되고 못됨이 이에 따르니, 하나의 누정이 제대로 세워졌는가 쓰러져있는가를 보면 세도가 일어나는가 기우는가를 알 수 있을지니 어찌 서로 관계됨이 깊지 않겠는가 (p.127)
그러나 지방 수령의 근본은 모름지기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목민관이다. 목민관 황준량의 선정비는 그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될 영세불망비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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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직업 특성상 목민관에 대한 구절들이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옛 관아의 유적지에 가면 서민들의 볼기를 치는 장면을 재현해놓은 것을 보며 사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안타까워하신 것도 참으로 와 닿았어요. 그전에는 별 뜻없이 저또한 그저 웃고 넘겼던 부분이 이렇게 비춰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가지 모습만 바라보고 성급하게 일반화해서도 안되겠지만 우리선조의 옛 유적을 보존함에 있어 긍정적이고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을 더 크게 알릴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 적지 못했지만 황준량 목민관의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마음과 정성을 저도 배워야겠네요.


아, 전국을 포클레인으로 파헤쳐버린 대한민국 천지에 이런 옛길의 잔편이 남아있는것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2015년 초여름, 이 글을 쓰기 전에 영춘가도가 혹 변하기라도 했는가 확인하기 위해 차를 몰고 학생들과 다시 찾아갔는데 지나가는 차마저 드문 영춘가도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영춘은 여전히 영춘사람들이 산자락에 기대 살며 강변과 산비탈에 부쳐 먹을 곡식과 채소를 가꾸며 사는 우리의 산촌이었다. (222.p)

온달산성에서
성안으로 들어가 나무 그늘에 앉아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남한강 물줄기가 훤히 드러나고 영춘대교 너머로 영춘 옛 고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장쾌한 눈맛을 나는 여기서 다 표현하지 못한다.(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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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영춘가도가 어떤 모습일지 계속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되었고, 책 표지를 장식하는 온달산성을 직접 거닐고픈 충동이 일었고, 예전에 눈이 가득 쌓인 죽령옛길을 걸으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올해 인문학 강좌에서 뵈었던 내가 느낀 신경림 시인의 괴짜스러운(?) 듯한 모습과 달리 영춘, 제천 곳곳의 역사 속에 스며드는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아.. 이래서 유홍준 교수님이 서정적이고도 휴머니스트적이라고 표현하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천의 보물들이었습니다. 올여름 기차여행을 떠나면서 제천을 잠시 들린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은 제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모습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의림지 외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음을 크게 느끼게 했습니다.


품 넓게 자란 해묵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바람애 실려가는 새털구름이 산자락 넘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보면 머릿속은 무엇에 빨려가듯 텅 비고 마음은 넓게 열린다. 어제의 내가 아닌, 세상에 갓 태어나 첫울음을 터뜨릴 때의 내 모습 원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권했는데 (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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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5천개 이상의 폐사지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회가 열린다면 더욱 좋을 거 같습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떠나지 않는 여행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읽는 내내 그곳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되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연히 떠나게 된다면 남한강의 영춘가도, 청령포, 온달산성, 거돈사터, 신륵사 꼭 가보고 싶네요. 앗, 그리고 대학시절 가보지 못했던 단양의 도담상봉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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