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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학창시절 역사에도 근현대사에만 관심이 있었고 고대 중세 근세 역사는 등한시했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 책 자체가 두껍고 역사유물에 대한 설명이 빼곡히 적혀 있어 읽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찾게 된 것은 여행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제주도를 자주 가게 되었고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면서 제주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 검색을 하다보니 유홍준 교수님이 제주도 편을 쓰셨더라구요. 그리고 신간으로 써내신 남한강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한강 지역은 제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을 모아둔 것이라 제주도편꽈 함께 충동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책응 읽으려고 할 때 마침 창비에서 책읽는당 이라는 책읽기 이벤트를 진행해 독서 소감을 댓글로 달곤 했습니다. 댓글에 인상적인 문장과 소감을 적는 것이라, 아래에 책에서 제가 느낀 인상적인 문장들과 느낌을 함께 번갈아 서술합니당.
장판옥과 배식단은 조선왕조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을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끝내는 찾아내어 기리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께 사죄를 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자랑스러운 유적이다.(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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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하면 한반도지형과 리프팅만 떠올렸는데, 청령포와 같은 한없이 맑고 좋은 풍광을 볼수 있음을 알게 되고 단종과 관련된 씁쓸한 우리의 역사를 알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정조가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과거사를 청산하고자함은 존경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지네요.
생각건데, 누정을 수리하는 것은 한 고을의 수령 된 자의 마지막 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잘되고 못됨은 실로 다스림, 즉 세도와 관계가 깊은 것이다. 세고가 일어나고 기욺이 있으매 민생의 편안함과 곤궁함이 같지 않고 누정의 잘되고 못됨이 이에 따르니, 하나의 누정이 제대로 세워졌는가 쓰러져있는가를 보면 세도가 일어나는가 기우는가를 알 수 있을지니 어찌 서로 관계됨이 깊지 않겠는가 (p.127)
그러나 지방 수령의 근본은 모름지기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목민관이다. 목민관 황준량의 선정비는 그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될 영세불망비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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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직업 특성상 목민관에 대한 구절들이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옛 관아의 유적지에 가면 서민들의 볼기를 치는 장면을 재현해놓은 것을 보며 사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안타까워하신 것도 참으로 와 닿았어요. 그전에는 별 뜻없이 저또한 그저 웃고 넘겼던 부분이 이렇게 비춰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가지 모습만 바라보고 성급하게 일반화해서도 안되겠지만 우리선조의 옛 유적을 보존함에 있어 긍정적이고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을 더 크게 알릴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 적지 못했지만 황준량 목민관의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마음과 정성을 저도 배워야겠네요.
아, 전국을 포클레인으로 파헤쳐버린 대한민국 천지에 이런 옛길의 잔편이 남아있는것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2015년 초여름, 이 글을 쓰기 전에 영춘가도가 혹 변하기라도 했는가 확인하기 위해 차를 몰고 학생들과 다시 찾아갔는데 지나가는 차마저 드문 영춘가도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영춘은 여전히 영춘사람들이 산자락에 기대 살며 강변과 산비탈에 부쳐 먹을 곡식과 채소를 가꾸며 사는 우리의 산촌이었다. (222.p)
온달산성에서
성안으로 들어가 나무 그늘에 앉아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남한강 물줄기가 훤히 드러나고 영춘대교 너머로 영춘 옛 고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장쾌한 눈맛을 나는 여기서 다 표현하지 못한다.(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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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영춘가도가 어떤 모습일지 계속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되었고, 책 표지를 장식하는 온달산성을 직접 거닐고픈 충동이 일었고, 예전에 눈이 가득 쌓인 죽령옛길을 걸으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올해 인문학 강좌에서 뵈었던 내가 느낀 신경림 시인의 괴짜스러운(?) 듯한 모습과 달리 영춘, 제천 곳곳의 역사 속에 스며드는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아.. 이래서 유홍준 교수님이 서정적이고도 휴머니스트적이라고 표현하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천의 보물들이었습니다. 올여름 기차여행을 떠나면서 제천을 잠시 들린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은 제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모습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의림지 외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음을 크게 느끼게 했습니다.
품 넓게 자란 해묵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바람애 실려가는 새털구름이 산자락 넘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보면 머릿속은 무엇에 빨려가듯 텅 비고 마음은 넓게 열린다. 어제의 내가 아닌, 세상에 갓 태어나 첫울음을 터뜨릴 때의 내 모습 원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권했는데 (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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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5천개 이상의 폐사지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회가 열린다면 더욱 좋을 거 같습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떠나지 않는 여행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읽는 내내 그곳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되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연히 떠나게 된다면 남한강의 영춘가도, 청령포, 온달산성, 거돈사터, 신륵사 꼭 가보고 싶네요. 앗, 그리고 대학시절 가보지 못했던 단양의 도담상봉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