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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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낸다는 것은 비록 주관적일지라도(혹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다. 왜냐하면 화를 낼 때, 화를 내는 당사자는 자신의 어떤 정당한 것에 대한 침해의 인식에서 화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죄를 지은 죄인이 그 죄에 대한 모욕감을 주었다고 해서 화를 낼 수가 있을까. 그는 오히려 죄를 추궁하는 상대방에게 화가 아닌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란 따라서 나의 정당한 것, 세상이 나에게서 침해해주지 말기를 바라는  나의 자존적 거리감일 것이다. 즉 나의 자존감에 대해 침해해주지 말기를 바라는 세상과의 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은 화란 강자의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것을 침해당한 그 순간 '약자'의 부르짖음일 것이다. 강자가 화를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약자가 토라지듯, 강자는 부르짖을 필요도 세상에 대해 화를 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말하고 있는 존재이며, 통용되는 존재이며, 세상에 대해 체계화된 권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지금 행복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해야 나는 당신에게 뒤의 글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글의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보면 좋은 글의 지형도일 것이다.  좋은 글은 권위적일 수 없다. 좋은 글은 권력과 야합할 수도 이익을 따질 수도 없다. 좋은 글은 부르조아적일 수 없다. 좋은 글은 약자의 편이어야 하며, 좋은 글은 소외된 자들의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당신이 느낀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말해야 하며, 그것은 입(글)을 통해서 발설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결국 지식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어떤 흠, 부족, 개선의 여지, 소통의 욕구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볼까?  

    세상이 적어도 아름다운 곳이라면 당신은 화를 내지 않는다. 당신이 화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은 이미 당신이 기득의 체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제 세상과 거리를 잴 필요가 없다. 당신은 여태껏 세상과 당신을 지켜왔던 자존감의 거리를,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나의 밖에 있는 아름다운 세계를 굳이 나라는 자존감에 충돌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혀는, 자아는, 자존감은 세상을 빨아들여 그것이 나 자체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란 이제 사라진 것, 왜냐하면 나라는 것이 존재해야 화를 내듯이, 화를 낼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화를 낼 수 있듯이, 나는 이제 더이상 약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닌 것 같다.  

     다시 말해 이 저자는 약자, 그러니까 우리의 우울한 베이비붐 세대 이후의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책이 화를 내는 책이라면 기꺼이 나는 한표를 던지겠다. 이 한표는 결국 내가 약자라서 던지는 것이 아니다. 이 작가가 바로 진정한 약자이기 때문에, 나는 그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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