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위기 - 김인환 평론집
김인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진정한 상실감이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잃을 때 오는 것이야."  

   잠자다가 일어나 보니 영화를 하고 있었다. '굿 윌 헌팅'. 영화는 인간의 이해와 상처의 치유로 향해가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기방어적이며, 세계를 부정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는 교수를 만나고, 다른 교수를 만나면서 자신의 닫힌 세계를 점차적으로 열면서 드디어 상처를 이기고 자신의 이브(타자 혹은 세계)를 향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열게 되는 것으로 끝이난다.

   그 도정에서 그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학교수의 말이 위의 대사이다. 기실 유년의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은 자신에게 세상은 이유있는 부정의 대상이 되게 하고, 그런 세상에 대해 이유있는 비틀림은 자신의 여린 자아를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중요한 방어기제로 작용했을 터이다. 그런 마음을 열어주는 상대방인 심리학교수가 주인공과 같은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동시에 경험의 공유는 비공유자(타자)를 배척하는 정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지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닫힌 마음을 마지막으로 열어주는 교수의 대사가 있다. 

      "네 잘못이 아냐. 네 잘못이 아냐. 날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냐......"

     교수가 여러차례 반복하며 그에게 말하고 있는 말이다.

    이 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봉쇄시켜야 했던 주인공의 방어기제가 얼마나 견고했는지(강방적으로)를 말해주고, 동시에 이유없이 맞아야하는 비틀린 세계인식이, 세계의 부정과 동시에, 자신의 자아에 대한 자학으로 연결되는 정점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사를 주인공이 인식시키기 위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호소했던 것은 드디어 나와, 세계 모두에 대한 정직한 응시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점이겠지만) 문제는 그가 범부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천재적인 두뇌로 수학문제를 풀게 되는 연유가 아니었다면, 그가 수학교수의 눈에 어떻게 띄었을 것이며, 동시에 그를 치유하게 될 심리학교수와 어떻게 교우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개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인식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하겠다. 영화가 외면했던 곳, 주인공을 천재라는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살짝 현실을 벗어나며 다가가는 영화적 재미가 있는 곳에서 엇갈린 대척로에 있는 현실. 바로 비극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영화적 스타일(희극, 비극)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문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평론집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다시 말해, 정작 평론가인 김인환이 선택해야할 것은 추상이 아니라 현실이 자리한 곳, 우리 시대의 현실에 관한 발언이 담기고 설득력을 주는 글일 것이다. 노숙한 자의, 개념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자연스러운 그의 추상은, 현실을 담지하지 못하자말자 속된 개념놀이로 전락하게 되는 느낌은 여기가 중세가(스콜라) 아니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허기짐은(현실에 대한 인식과 반항)  중세에도 존재한다는 것에서 김인환의 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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