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오에 겐자부로는 어떤 책에선가 이렇게 쓰고 있다. '티벳의 어느 산골마을에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그 마을의 구세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종교적 상징이었다. 티없이 맑은 눈으로 천진난만한 그는 자신의 운명의 형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육화(인카르네이션)은 이렇게 세상의 곳곳에 산재한채로 끝없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약물사고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락스타들을 보면서 나는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세계에 산재하는 인카르네이션'을 떠올렸다. 표현하는 일과 비즈니스의 첨단에서 그들의 감수성은 자기파멸을 선택하게 하였다. 이는 세상의 죄에 대한 구세주의 태도와 같지 않은가?

'타오르는 푸른나무 3부작'의 마지막 권인 이 책에서 오에의 구세주도 어떤 파멸의 형식을 맞이하게 된다. 어처구니없이 비루하고 갑작스런 파멸이다. 모든 성과물은 해체되어버린다. 하지만 마지막 집회에서 구세주를 따르던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그곳의 땅에 그대로 스며드는 물방울들이 됩시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우리의 표현방법입니다'라고.

이 3부작은 성경의 복음서와 같은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블레이크, 야마나기, 시몬 베유, 야마구치 마사오 등을 인용하고 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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