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평점 :
안녕하세요
캐리입니다.
오늘은 재생의 부엌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에 대해 읽은 이야기를 써 볼게요.
재생의 부엌 저자는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시는 디자이너 오토나쿨님이
직접 요리를 하시며 찾아온 일상의 변화를 기록한 에세이에요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요리에 관한 레시피가 잔뜩 들어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일본 찬기등의 표지를 보며 일본 가정식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까?
왜 제목은 재생의 부엌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읽었습니다.
저는 프롤로그부터 참 좋았는데요
15쪽
어떤 감동이나 교훈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엌에서 끼니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책과 후회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담담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문체에서 보이는 간결한 작가님 스타일입니다.무기력의 늪에 빠져 아침도 드시지 않고 불면증으로 설치는 날들 사이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는 부분에서 저도 울컥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번아웃이 이런 느낌일까요?
작가님의 번아웃은 아침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재생-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21쪽
이제는 아침식사로부터 다독임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위안이 된다는 것, 그리고 위로의 방법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 아마 이런 기분을 느껴봤기 때문에 제가 요리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시간이 아침을 만드는 시간이고, 그 식사 덕분에 고단하고 지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겠죠.
=> 우리에게 아침식사도 이러한 의미일까요? 저 역시 꼬박 아침식사를 했었다가 자취생활을 하며 아침을 건너뛰기도 많이 했었고 , 회사에 다닐 때는 삼각김밥이나 길거리 푸드등으로 가볍게 그냥..대체음식으로 먹다가 결혼하고 나서 아이들 챙기면서 아침식사를 주먹밥으로 많이 해주는 편인데요..저희 아이들에게도 고단하고 지난한 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되는 아침식사를 만들어 줬을까? 하고 반문하게 되네요.
89쪽
수제비와 관련된 내용이 왜 작가님이 무기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존재적 효용 가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듣고는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끝까지 조으로 몰아쳤던 기억. 그러나..기대와 달리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었네요.
한창의 방황을 겪은 이후 우회하는 방법을 찾으셨다며
피할 수 없는 실패를 즐길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한 번은 주저 않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럴 때 자신이 원했던 평범하고 무던한 일상을 떠올리면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가 고파 시켰던 수제비를 먹고 환기하고 대청소하는 힘을 냈다는 작가님처럼
우리도 힘들 땐 소울푸드 하나씩 챙겨 먹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128쪽의
도쿄의 맥주 이야기를 보면서
바람에 실려오는 7월 여름만의 맥주향을 기대한다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덥고 습해 힘든 그 계절을 다른 음식으로 음료로 기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같아요.
생선구이와 관련하여 엄마가 지어주셨던 생선구이를 대신해
어머니께 도미밥을 만들어드렸는데
두번째 만들어드릴 기회도 안 주시고 떠나신 부분을 보니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무슨 음식을 해드렸던가? 하는 반성이 되기도 했구요. 더 늦기 전에 후회의 맛이 되지 않도록 좋은 레시피도 배워서 한 번 맛난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지네요..이 책에서는 직접 만드는 레시피가 들어 있어서 에세이에 집중하다가 그에 관련된 요리와 사진이 나와서 또 좋습니다.잘 만들어진 레몬파운드 케익에 같이 웃음이 나네요.
이런 것이 재생의 결과일까요?재생의 부엌은 단순히 음식과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의 생활 전부를 엿보는 동안 음식이 곁들여져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살면서 음식으로 누군가를 추억한 경험이 많았었나? 하고 떠올려보기도 했는데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부엌의 힘을 제대로 느껴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해..나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애정어린 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구나..하는 생각과 매일이 매일인 일상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가치가 꽤 큰 일이구나.. 행복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스스로 즐기며 사시는 작가님의 생활을 엿보며
많은 1인 생활자나.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조금 추운 겨울을 시작하는 우리의 일상에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저는 삶은 연어 정식과 크레이프 레시피도 너무 잘 메모해 두었네요!!
유선사 책은 늘 저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네요
오늘도 저희 집의 재생의 부엌을 잘 가꾸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재생의부엌
#일상의변화기록
#디자이너
#요리
#오토나쿨
#유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