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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안에 살다 - 박경득 산문집 인문학과 삶 시리즈 1
박경득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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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3년생.

과수원 막내 딸.

30년간 초등학교 교사.

2015년 퇴직 후 마음껏 세상구경 중.

손자 "복이"와 손녀 "콩이"의 할머니.

작가의 프로필을 보며 뭔가 안정감이 느껴졌다.

56세에 교직생활을 끝내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며 작가가 되신 분.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사셨을 것 같은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했다. 책을 읽을 수록 작가님의 여리고 말간 감성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워낙 남성적인 성격(?)이 없지 않아 좀 쎈 자기계발서만 좋아하던 나였다. 그런데 이 책은 내 안에 숨겨진 여린 소녀의 감성을 이끌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첫 부분에 작가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나는 눈시울을 적시며 회상에 잠겼다.

아버지.

어머니와는 다른 그저 먹먹한 그 이름을 나는 8년 전 더이상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꺼라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무뎌진다기 보다는 인내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울었다, 웃었다, 미소지었다, 고뇌했다. 아주 다채로운 감정을 작가님과 함께 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주인공이 되어 몰입하고 있었다.

소심한 여린 소녀의 감성이 내 안에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56살 작가님이 일깨워 주셨다.

나도 어릴적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주로 집에서 혼자 놀다 보니 내가 살기 위해 만든 나만의 놀잇감이 책이 아니었을까?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깔끔한 엄마때문에 나는 놀이터에서 그 흔한 모래놀이도 한 적이 별로 없다. 한번은 레이스가 달린 카바양말이 까맣게 될 정도로 놀았다가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그후로는 특히나 더욱 신경을 쓰며 양말과 신발, 옷이 더러워지지 않아야 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놀이터는 책.

초등학교 3학년 동시부에 들어가면서 나의 글쓰기 취미는 점점 강해졌다. 5학년때는 학교문집을 만들기 위해 편집장 일을 하며 교정과 검수,검열 및 디자인 등의 작업을 했다. 겨울방학에 내내 학교에 나와 편집부 일을 하며 결국 나온 문집 맨 뒷장에 "편집장 이희선"이라는 문구를 보았을때 희열은 아직도 짜릿하다.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학교 도서관에서 자진 알바를 도맡아하며 나는 친구와 가장 큰 친구가 되었다.

나를 떠나지 않는 친구. 나에게 한없이 주기만 하는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이 성격에 엄청 힘들어 했을 꺼다.

끊임없이 주위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깨닫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에서 작가님과 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퇴직을 하고 60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렇게 삶을 바라보는 혜안이 나올 수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때까지 작가님처럼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며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다짐도 했다.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잘 읽고.

잘 말하려 하기보다는 잘 듣고.

잘 살려하기 보다는 잘 지내며.

나는 오늘도 "문장 안에 살고" 싶다.

박경득 작가님 처럼......

 

 

<책의 주요 구절 >

- 다가오는 봄날은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느리게 갈 것이다. 스스로 땅을 파고 조금씩 자라는 나무 옆에 앉아 하나하나 보고 싶다.

- '지성은 본성이다'

필립 길버트 해머튼이 말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을 스스로 발견해내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이라고, 지적생활이란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이란다.

- 가끔씩 쓰는 즐거움도 괜찮다. 쓰다보면 내 속에 있던 묵혀져 있던 것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좋다.

- 길을 잃고 혼란스러울 때 꽃을 보며 쉬고, 책 속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본 걸음걸이를 배워 따라가면 좋겠다.

- 요즘도 혼자 숨바꼭질을 한다. 내게 집중할 수있는 곳으로 숨는다. 집 밖에 나를 숨길수 있는 곳은 많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나를 숨기면 영혼이 자유롭다. 무리를 지어 바쁜 사람들 속에 나는 천천히 나의 리듬으로 흘러간다. 이게 나의 숨바꼭질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비켜나고 싶다.

- 자기 일에 깊이 몰두하는 모습에서 향기가 나더라. 책을 읽다보니 색다른 향에 끌리게 되었다. 책을 깊이 본 사람의 눈빛에서는 빛이 일렁거리고, 목소리는 적절한 시기에 힘을 실을 줄 알았다.

- 꽃들은 태어나는 순간 향 주머니를 갖고 태어난다. 하늘거리고 연해 보이지만 늘 웃는 얼굴에 향기를 멀리 퍼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 나는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가 나다울 때 내 향기가 나리라.

- 내가 내 색깔을 가질 때 내 존재 이유도 있다. 앞으로 갈수록 감동은 많아지고 원망이나 푸념은 줄어들게 나를 다듬어 갈 것이다.

- 선물이나 물건은 받을 때보다 보낼 때 더 기분이 좋다. 어느 순간부터 주는 것이 즐겁고 그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물건보다 먼저 달려간다.

- 어릴 때 아버지 바지 주머니를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외출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옷에서 짤랑거리는 동전은 늘 내몫이었다. 아버지는 일부러 동전을 준비하고 집으로 오셨을 수도 있다. 동전을 받아들고, 동네 구멍가게로 냅다 달려가는 막내딸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지난 시간을 계단처럼 밟고 올라온 지금의 나는 하나하나 사건들 속에 내 의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돌아보면 역사가 되고 숨만 쉬고 또 돌아보면 과거로 덮인다는 사실에 엄숙해질 수밖에 없다. 순간순간은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좌우하는 게 내 의지이고 그것이 모여서 강물처럼 내 발밑을 빠져나가면 그 자체가 내 역사가 된다.

- 현재의 나는 내 방식으로 수레를 끌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 발걸음이 느려지는 만큼, 굳이 남의 수레바퀴가 잘 구르는지 궁금하지 않다. 힘을 아껴서 내 수레를 채우고, 조금씩 끌고 미래를 향해 갈 뿐이다. 내 역사의 역사가는 나다.

- 어떤 책에서 보았던 말이 실감이 난다.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과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면 자식을 가져야해.'

-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 속을 걷는 것이다.'라고 했던가!

- '딸이 딸을 가졌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운명의 여신이 날아와 내 손을 꼭 잡는 것 같이 기뻤다. 지금처럼 딸과 하던 이야기를 딸이 딸과, 내가 딸의 딸과 혹은 셋이서 같이 할 수도 있겠다.

-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아가의 껌딱지처럼 그 옆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엄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내 아이로 철부지같았던 딸의 모습은 차츰차츰 변해 어른으로 바뀌고 있었다. 딸의 딸이 커가는 모습은 그래서 감동이다. 작은 몸짓이 신기하고 고맙다.

- 헬렌 켈러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수필에서 둘째날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의 시간으로 바뀌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보겠다는 말에 공감한다. 자세히 보면 눈앞에 있는 것은 기적처럼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 '책은 삶으로 들어가는 도피처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움츠렸던 나를 위로하고 있다.

혼자 책을 읽으며 삶을 생각한다. 책 속에서 강렬한 삶의 흔적을 찾아 들여다보고 자극을 받는다. 요즘 나는 위로가 필요하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 위로가 절실하다.

- 삶은 허기로 느끼는 것 같다. 허기가 거지떼처럼 깊은 곳에 웅그리고 있다가 득달같이 입을 크게 벌린다. 늦은 밥숟가락을 밀어넣으며 삶을 씹는다. 코 끝에 맴도는 커피향으로는 부족하다. 배가 든든하게 불러와야 사는 맛이 난다.

-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본다. 그녀가 자기 일에 빠져서 열중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 예쁜 눈빛을 담기 때문이다. 그녀 삶을 훔쳐보면 목적없이 그냥 살아오지 않은 단단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온몸을 바쳐 지나가는 삶에도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옆자리에 나란히 두고 싶다.

-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르틴 발저의 말처럼 내가 읽은 책으로 내 가슴이 데워지고 내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되고, 몸짓이 되고, 어느 순간은 스스로 강한 눈빛을 쏘는 그런 멋진 일, 그게 내 삶이자 최종 목적지이다.

- '진정한 용기란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두번째로 중요한 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아침신문에서 읽는다.

꼭 필요한 일보다 해야하는 일이 항상 우선순위가 되었다.

- 제목이 유별나다. [길잃기 안내서]라니. 길을 잃는데 안내서가 필요할까? 제목에서는 길을 잃어야 하는 당위성을 수반한다. 왜 실을 잃어야 할까? 부제로 써둔 친절한 설명을 놓칠 뻔 했다.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

길을 잃고 난 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상실이 오히려 발견이 되고, 자신을 잃음으로써 자신을 발견할 수있다는 역설을 솔닛은 말하고 싶었던 걸까?

-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과 대면해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삶이 가르쳐주는 바를 내가 배우지 못했는지 알아보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때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기 때문이다."

[월든]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를 이웃삼아 직접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2년 2개월의 삶을 담은 책이다.

- 그러나, 가슴에 빛나는 별 하나쯤은 갖고 싶다.

모든 것이 퇴색되고 생기를 잃어가도 가슴속에 용광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짝이는 새벽 별 같은 빛을 품고 싶다. 나이 들수록 눈에 힘을 주지 말고 부드러움이 스며 나오도록, 손은 끊임없이 자라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야지. 혼자인 시간에는 가슴에 있는 별을 꺼내 다듬고 싶다. 아침 햇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저녁 노을처럼 주변과 어울리는 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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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 하는 말 - 아름답게 나이 드는 50가지 방법
김재용 지음 / 스토리닷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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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타로 산 줄 알았던 오드리 헵번.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마의 휴일 아이콘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소박하고 솔직한 그녀의 인생스토리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디자인만 보고 살짝 트렌디한 요즘 나오는 그저그런 가벼운 내용의 책일꺼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렇게 가볍지 만은 않은 삶의 중요한 지혜와 혜안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직 40살도 안된 저에게 60살이신 작가님이 살아낸 그 경험들에서 나온 지혜가 어찌나 통렬하게 마음에 와닿았는지 몰라요. 여자로서 어떻게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할 지를 오드리 헵번의 일생과 영화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말씀해주셨어요.

언젠가 오드리 헵번처럼 나이들며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소장용 책이 확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만 쫓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갈 뻔한 저에게 이 책은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기도 했지요. 요즘 여자들도 점점 성공과 자기계발에 온 마음을 빼앗겨 정작 현재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저 포함한 분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있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일과 사랑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으시는 분들 꼭 읽어보세요^^*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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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 하는 말 - 아름답게 나이 드는 50가지 방법
김재용 지음 / 스토리닷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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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님이라 신간을 너무나 기다렸어요^^오드리헵번과 잘 어울리는 티파니블루 표지도 너무 예쁘고 내용도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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