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들의 수프 - 셰프의 독서일기
정상원 지음 / 사계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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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제주의 이면에는 비극적인 광란의 현대사가 공존한다. 지금도 제주도의 제삿날에는 메그릇만 올려도 상이 꽉찬다. 한날한시에 일가족이 몰살된 경우가 허다하므로 일가친척의 제삿날이 같은 까닭이다. 4.3이라는 근현대사 최대의 비극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흔적이 되어 한라산을 두려움의 공간으로 물들인다.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니, 덜 무서워야 운다고 했다. 사실 그들은 무서움이 사무쳐서 못 울었던 것이다." 그의 문장에서 아픔이 묻어난다. 제주도 인구의 1할을 한번에 앗아간 민간인 학살은 제대로 익지도 않은 거친 이데올로기와 함께 순박한 섬사람들에게 몰아닥쳤다. 그래서 당시 제주 이야기를 올곧이 담은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슬픔과 미안함 사이에서 살아온 생존자가 억울한 주검에 바치는 조사이기도 하다. 운좋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고투로 쓴 글의 행간은 과가 없는 사과와 죄가 없는 사죄로 가득 차 있다. 4.3의 진실을 다룬 오열 감독의 영화 <지슬>이 서사의 객관성으로 눈을 뜨게 하고, 4.3의 아픔을 담은 소설가 한강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가 서정적 담담함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면,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솔직하게 고백해 독자를 그 시간, 그 장소로 데려간다.

- 정상원 "글자들의 수프"(사계절, 2024) -

* 유명한 쉐프님이 쓰신 글이라 하나 맛있는 음식 레시피나 얻을 수 있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이런 단순하고 가벼운 사람이 바로 나;;) 그런데 첫 장부터 제주의 이야기가 나왔다. 죽음, 젯밥, 4.3. 갈수록 심오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허투루 쓰여진 게 없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자주 가본 적 없지만) 플레이트에 대충 그려놓은 듯한 소스의 모양과 굵기, 음료에 뛰어논 작은 풀떼기(실은 엄청난 향미를 가진) 조차도 화룡점정처럼 작품을 완성하는 것처럼.

다 읽고 나니 배가 부르다.(정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먹방 유튜브를 보는 것인가?!)
단어 하나가 마치 음식의 재료인 것처럼 문장을 구사해내는 쉐프님의 책이라니.
왜 제목이 글자들의 수프인지, 표지그림이 글자들로 수프를 만드는 것인지 확실히 알았다.
요즘 다이어트하느라 간소한 음식들로 삶을 채우고 있었는데,
몸과 마음이 허기질 때마다 부엌 한 켠에 꽂아놓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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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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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 전문가인 코넬대학교의 칼 필레머 Kar pilemer 교수는 노인들을 골칫거리가 아니라 지혜와 경험을 듬뿍 담고 있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하자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가 고령자들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교훈도 이거였다.

"행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가진 이런저런 능력들이 쇠퇴하더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핑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자기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돼. 안 그러면 더 늙어."
고령자 여섯 명은 모두 외부 조건이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 존 릴런드,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있다면"(북모먼트, 2024) -

* 행복을 찾아 헤맸다.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한" 니콜이라는 아이디도 만들었다.
어떨 때는 뭐 꼭 그렇게 행복해야만 하는건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나니 보이더라.

이미 행복이 내곁에 있더라고.
죽기 전에 깨달았으니 성공한 인생 아니겠는가?!

** 나이듦이, 죽음이, 고통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담담히 아니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 '노인의 나라'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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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 내가 좋아하는 것들 14
이정임 지음 / 스토리닷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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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낯선 곳을 향한다. 그래서일까. 강원도의 첩첩산중 망망대해는 여행을 위한 여행지와는 다른, 비현실적이고 낯선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란 삶을 피하고도 싶고 무언가를 얻고 싶은, 도피와 탐색을 동반하기에 길 위에 이루어진다.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이 공존하듯 주변 세계를 벗어나 강원도라는 중간계에서 전환적 경험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이정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스토리닷, 2024) -

* 지누아리(홍조류 지누아릿과의 해조류)를 시작으로,
남대천, 부새우, 중앙시장, 단오제, 신영극장, 경포대, 용지각...읽으면서 신이 났다.
열 아홉살 서울로 상경한 이후로 3년에 한번 강릉에 가면 잘 가는 정도였다.
친정이지만 자주 가지 않는 곳.
강릉은 언제나 애증의 도시였다.
19년을 그곳에 사는 동안 좋았던 기억보다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다.
그래서 친정엄마를 보러 가끔 가면 그때의 우울감이 올라왔다.
먹을 것도 많고 가볼 곳도 많다며 노잼도시 대전이 고향인 남편은 하루라도 더 있고 싶어했지만,
나는 도망치듯 하루 이틀만 자고 다른 도시로 도망쳤다.

하지만 최근 퇴직을 하고 나면 강릉에 가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친정아빠가 투병하시고 운명하셨던 갈바리의원에서 봉사를 하며
강릉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금은 고향인 강릉에 마음을 열고 읽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
읽는 내내 교동에서 초당동까지 동진버스(시내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태어났고 내가 살아가다 나또한 죽어가고 싶은 곳이 바로 강릉이구나.

강릉은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덧, 강릉은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단다. 동대문 밖을 나가서는 강릉이 가장 살기 좋다는 뜻인데, 강릉은 삶과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이다. 이율곡, 신사임당, 허균, 허난설헌에 이어 '이희선'이 태어난 곳이라 하니 남편이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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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읽고 쓰는 힘 몸해력
디아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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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 작가님은 몸해력을 통해 몸과 마음의 연결 고리를 강조한다.

몸해력이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몸의 신호를 인식하고, 그 신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나 또한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연결을 체험했었다.

요가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과 명상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몸의 신호를 읽고, 그 신호에 맞게 반응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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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셴도로 살아라 - 점점 크게 성장하고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스티븐 코비.신시아 코비 할러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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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셴도 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긍정적인 선택을 하고, 힘들고 정체된 중년에서 확장되고 충만한 삶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맏음에 기반해 상황을 개선하거나 바꿈으로써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통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언제나 당신 앞에 놓여 있다"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으면 끊임없이 시도하고 배우고 바꾸고 새로운 도전과 일시적인 좌절에 적응할 동기를 얻게 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인생이라는 배의 키가 다시 당신의 손에 놓인다. 당신이 몇 살이든, 중년이든 아니든, 흥미진진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할 힘이 생길 것이다.

- "크레센도로 살아라", 스티븐 코비, 신시아 코비 힐러(김영사, 2024) p51 -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20대 때 처음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성공하려면 이런 습관들이 필요한 거구나! 나도 이 습관들을 따라 해봐야지!'하며 성공적인 삶을 꿈꿨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 먹은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나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맛보았다.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20대가 지났고
결혼하고 아이낳느라 30대는 더 빨리 지나갔다.
이제 40대도 반이 거의 지났고
스티븐 코비의 책은 여전히 책장 어딘가에 잘 자리잡혀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 다시 집어든 그 책은 열정과 체력이 약해진 내게 버거웠다.
하지만 그의 딸과 함께 쓴 이 책은 확실히 결이 달랐다.
인생 후반부에 크렌센도(점점 세게, 점점 크게)로 살라는 말이
단순히 더 열심히 살라는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국 기여와 봉사로 끝날, 나의 노후가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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