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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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김장철 소스리 바람에 떠는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의 수심엔 봄에의 향기가 애닯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나는 홀연히 옥희도 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 박완서 "나목"(세계사) p390 -

* 감정표현에 서툰 나를 두고 남편은 종종 '목석'이라며 놀렸다.
38살에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즈음 박완서 작가님의 <나목>을 처음으로 읽었다.
마흔살에 등단한 작가님의 나목에 감흥받아 필명을 "나목석"이라 지었다.
작디 작은 몸으로 해사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는 작가님의 생전 사진과는 다르게,
그녀의 작품은 말그대로 정말 휘몰아쳤다.
<나목> 속 '경아'가 내내 달린 것처럼.

두번째 읽은 <나목>은 더욱 또렷하다.
아픔이, 고통이, 슬픔이, 애잔함이.
하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진다.
나무에 난 무수한 옹이 자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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