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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빌 브라이슨(1951~ )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 살며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런던 타임스와 디 인디펜던트의 기자로 일했다. 시니컬하고 말 많은 아저씨다. 이 책은 그의 여행기 시리즈의 첫 책인데, 원작은 <The Lost Continent>이다. 1989년 저자가 38세에 발행되었다. 30년이 훌쩍 지나 지금은 저자도 70세가 다 되었으니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1980년대 미국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겠다.
아버지가 말이 많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시시콜콜하게 시비를 거는 빌 브라이슨 역시 만만치 않다. 부전자전이다. 어찌 그렇게 사소한 것 까지 관찰하는지 놀랍다. 사람들 말투, 옷 차림새, 인상, 태도 모두 세세히 관찰하고 시비를 건다. 사람뿐 아니라 도로변에 있는 표지판, 사적지 안내문에서 띄어 쓰기가 틀리거나 스펠링이 틀린 것을 보면 매우 시니컬해진다. 함께 여행했더라면 굉장히 피곤했거나 굉장히 즐거웠거나 하겠다.
툴툴거림의 연속이지만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감동한다. 디어본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은 포드가 말년에 온갖 것을 수집해 모아둔 곳이라는데 까다로운 저자가 매료되었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소품부터 에디슨, 파이어스톤, 라이트 형제의 주택과 작업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하니 그 규모도 엄청날 것 같다.
이 까다로운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으나 대체로 동네는 예전 모습을 갖추고 있거나, 그 동네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곳을 선호하는 듯하다. 쇼핑몰이 즐비한 곳은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번역이 압도적이다. 모든 폭소의 근원은 잘 된 번역에 있지 않을까한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생가로 가는 길을 묻자 관광 안내소 여자가 하는 사투리다. "광장에 주차했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사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강장에 두차해쓰?" "네." "조아, 검 차 타구 강장을 빠져. 대핵교 바냥으루 반대루 빼. 셰 코슈가믄, 쉬노등셔 언쪽 돌구, 언더글 내뎌가믄 어가 어이다, 알쓰?(88)" 이런 센스있는 번역은 처음이다. 미국인들만의 유머에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하나도 웃기지 않을텐데 우리말로 엄청 웃기게 번역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번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도 한 장 없고 사진 한장 없는 여행기를 상상이나 했을까마는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