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미학 - 도스또예프스끼의 간질병과 예술혼
김진국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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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았던 시대배경, 가족환경, 개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가 간질병 환자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너무 길게 써서 완독하기 어려운 러시아 작가이며, 그가 쓴 책은 <죄와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신경과 전문의가 보는 간질병 환자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어떠할까? 매우 흥미로웠다. 간질병에 대해서도 상식이 부족한데, 그러한 병이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하며, 인용되는 작품의 글을 보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여전히 두께의 압박이 있지만 말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9세기 러시아의 뻬쩨르부르그 뒷골목에 살며 글을 썼다. 첫째 아내는 신혼초에 도스토예프스키의 간질 증상을 보고 기겁해서 별거했다하고, 두 번째 아내는 자신의 속기사였다가 결혼을 한 헌신적인 여성이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젊은 시절 정치범으로 사형에 처하기 5분 전에 극적으로 풀려났고, 10년의 수형생활도 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는 귀족이었지만 간질병환자였으며, 대문호였지만 병적인 노름꾼이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앓았던 측두엽 간질병은 세 가지 특성을 띠는데, 중독성 글쓰기, 성욕감퇴증, 과잉종교증이다. 이 세가지 특징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장황한 글쓰기, 성적묘사가 있을 법한 부분에 생략으로 일관하며, 러시아 정교만을 정통으로 하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간질병을 앓아 대인공포증이 있었던 것 외에도 인종주의자이며, 골상학에 심취되었다든가, 여자,노인, 병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잉여인간으로 하찮게 여겨 소설 속에서 혐오범죄의 대상이며, 전쟁을 찬양하는 등 정상적으로 보기에 어려운 사람이지만, 니체가 영향을 받았고, 다시 히틀러가 니체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그의 영향력이 엄청났다고 보겠다.  

저자는 19세기 러시아의 부조리한 사회와 현재 21세기 한국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는데 그 통찰력에 안타깝지만 동의하게 된다. 고시텔 작은 방에서 고군분투하는 흙수저, 권위적인 관료들, 높아지는 병원비와 오만한 의사들. 세월이 지날수록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자리 그대로인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고전은 시대를 불문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겠다.     

신경전문의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분석한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러시아 문학과 역사,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에 큰 관심을 갖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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