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관계에서 비워야 할 것들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유미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50대는 젊지 않다. 젊어서 쌓아 놓은 많은 인간 관계 속에서 조금씩 정리할 것은 하고, 비울 게 있다면 비워야 하는 나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일본 대인관계요법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인생 후반전의 행복을 위해 인간관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200여 쪽의 얇고 작은 책이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부부, 부모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2장은 자녀, 형제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3장은 친구,직장동료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4장은 불안과 고독을 위한 처방전이다. 그리고, 각 장 마지막 쪽에는 설명한 내용을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해 두어 기억하기 쉽게 해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와 내 형제, 친구와 직장동료를 비롯한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처방해주고, 나이 들어 가는 나 자신의 불안과 고독을 다스릴 방법도 모색해 준다.

50대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있다. '시댁이나 처가와의 관계에서 거북한 말이나 감정이 상할 만한 말은 친자식이 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는 말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의 이야기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듣지 않기 때문에 며느리나 사위가 이야기하기 보다 자식이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를 상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합리적이다.

부모의 간병에 관한 조언도 현실적이다. 의사로서 '간병은 가능한 사회적으로 타인의 힘을 빌리고, 정신적으로 부모를 돌보라'고 조언한다. 좀 냉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현실적이지 싶다. 아내든 남편이든 스스로의 가정을 희생하면서까지 부모님의 간병에 매이는 것은 부모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성인이 된 자녀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져야한다. '성인이 된 자녀는 성인으로 대한다'고 간단명료하게 조언한다.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와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 마음대로 조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좌절하거나 고민에 빠지면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와 같은 자세를 보여주며, 필요하다면 적극 도와 준다. 자녀가 뭔가 실패하거나 어려운 일에 빠져도 스스로 생각해서 살아남을 선택을 결정하는 능력은 아이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인이 된 자녀를 늘 아이 대하듯 간섭하지 않을 일이다.

주위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고독감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남에게 베풀라고 조언한다. '얻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면 상대가 조금만 부족하게 해 줘도 불만이 생기지만, 베푼다면 관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얼굴을 내밀어보고 '여기는 나랑 맞는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하게 인생을 즐기며 자유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

일본인 저자의 조언이 한국 상황과 크게 맞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놀랍게도 고민상담의 내용이 한국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고민거리여서 그 답변을 듣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좋다. 큰 일이 닥쳤을 때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고 감내할 수 없다면 자기 중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 들어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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