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자주 듣는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소설을 실제 책으로 구해 읽기는 이 번이 처음이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어서 작가의 삶도 궁금하고 소설 속에 자신의 삶을 얼마나 녹여 냈을지도 궁금했다. 작가의 삶과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거의 그대로다. 한 번의 자살미수와 결국 자살로 39세에 생을 마감한 작가는 그와 똑같은 삶을 산 소설 속 주인공 요조를 자기와 똑같이 그려내고 있다.

 

보통 챕터로 이루어진 영미소설이나 소제목을 다는 우리나라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머리말과 3편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나누어져 있다. 작가는 머리말과 후기를 쓰고 중간의 세 편의 수기는 요조라는 사람이 쓴 글을 소개한다. 작가는 카페 여주인으로부터 소설의 소재로 쓰라며 건네받은 요조라는 인물이 쓴 3권의 공책과 3장의사진을 받고 각색없이 이 수기를 그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는 것에 공포를 갖고 있는 요조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진심을 익살 속에 숨기고 산다. 중학생이 되어 이를 꿰뚫어본 다케이치로 부터 앞으로 여자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며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 미술을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뜻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자주 학교를 빼먹고 여자, 술, 마르크스에 빠지게 된다. 쓰네코라는 여인과 동반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혼자 살아남아 괴로워한다. 호리키라는 요조를 이용하는 친구와 어울리지만, 그에게도 진심은 풀어 놓지 못한다. 여러 여자에게 얹혀 살다 담배가게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외갓 남자에게 능욕을 당하는 그녀를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모르핀에 중독되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몇 개월 후 풀려나서 온천지에서 요양한다.

 

요조는 인간으로서는 실격인 인생을 살았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어떠한 것인지 밝히지 않는다. 타인과 진심을 공유하지 못하는 요조가 진심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자들이었고, 여러 여성들로 부터 모성애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부침있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 형제, 친구, 아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요조의 외로움은 추락하는 인생의 모습이다. 가식적인 삶과 진심을 이야기할 대상 없이 외로워하는 모습은 현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모두 겉도는 사람들이다. 그들 속에서 겉도는 요조의 모습과 마음상태가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중간중간 괄호 안에 추가 설명을 덧붙이거나 낱말 뜻을 풀이하는데, 읽는데 거슬리지는 않는다. 복선을 깔면서도 공개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이를테면, 요조의 무력함을 이야기하다가 아내가 외갓 남자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요조의 앞일을 미리 언급하는 것이 그렇다.  

 

읽고 나서도 힘든 결말에 안타까움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저자와 요조 모두 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 고뇌가 공감이 간다. 내 주위에 진심을 털어 놓을 만한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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